사라진 하제마을을 홀로 지키는 보호수
전라북도 기념물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군산에서 만난 600년 된 팽나무. 군산뿐아니라 도 전체에서도 최고령 거목이라고 한다. 전국적으로도 수령이 600년 이상인 팽나무는 16그루뿐인데 그중에 포함된 팽나무가 바로 군산에 있었다.
이렇게 멋지고 큰 나무인데도 불구하고, 가는 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가는 길이 좁고 군사지역이라는 경고문 같은 것도 붙어 있어서 여기가 맞나 불안할 정도였다. 그런데 도착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이미 없어진 마을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대부분 보호수는 마을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오래된 거목은 그만큼 신성시 여겨졌고, 그 나무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고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이나 마을회관이 이 보호수 옆에 설치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나무는 홀로 남아졌다. 인구소멸지역인 군산에서 더군다나 이 정도의 시골은 더욱이 사람이 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제마을을 기억하는 건 오직 이 팽나무 뿐이 되었다. 아니, 하제마을뿐 아니라 6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지나온 삶을 보아왔을 것이다.
근처에 조개도 엄청 많이 떨어져 있었다. 대체 여기에 왜 조개가 있을까. 바다는 한참 떨어져 있는데.
알고보니 사실 이 곳은 어업과 갯벌 조개잡이가 풍성하던 곳이었고, 전국에서 유일한 어패류 위판장이 설치될 정도로 조개 생산량이 많아 주민도 3천여명이나 늘어났었던 곳이었다. 팽나무는 배를 묶어두는 곳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일제감점기 간척지로 땅이 매립되고 바다와의 연결이 끊어지고 주민들은 생업을 잃었으며, 미군기지 탄약고와 전투기 격납고가 들어오면서 마을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여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그런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대부분 오래된 나무는 건강하게 있기 힘들다. 여기저기 외과수술의 흔적이 있거나, 철로 몸의 대부분을 지탱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나무는 정말 건강했다. 아마도 주변에 형성된 대나무 숲이 바람을 막아주어 조금 더 건강하게 자라고 있게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연을 가릴 사람이 없어서 더 잘자라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 든다.
하늘을 가릴 것이 없기 때문에 태양에 가깝게 가지를 뻗고, 뿌리를 상하게 할 도로가 없기에 땅을 향해 깊이 뿌리를 내리며 단단히 자신의 몸을 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 군산을 여행하며 나는 이 여행을 보물 찾기라고 이름 지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듯 발견한 공간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잘 알려진 여행지보다, 이렇게 숨겨진 공간을 찾아가는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600년된 팽나무에게서 이 세상의 숨겨진 비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니.
문화재 명칭 :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지정종별 및 번호 : 전라북도 기념물
소재지 : 전라북도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산 205번지
수량 : 1주
지정사유 : 하제마을은 현재 사라졌지만 주민 3처여 명이 어업과 농업을 주요 생업으로 살았던 마을로써, 팽나무는 마을 주민에 의해 신성시되고 보전된 성황림으로서의 기능을 했던 것으로 역사적, 민족학적 가치가 있다. 하제마을 팽나무는 이미 문화재로 지정된 다른 지역의 팽나무에 비해 생육을 위한 입지적 특성이 우수하며, 약 600여 년의 수령, 좌우로 균형 있게 퍼진 수관 등 식물학적·경관적 가치가 높다.
높이 : 직경 209.8cm·반경 104.9cm
방문일시 2023. 07.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