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Frequency

by 나무섬

당신이 좋다는 말은 당신의 색깔이 좋다는 말이며 당신의 색깔로 옮아가겠다는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데는 방향이 문제인 적은 있어도 색깔이 문제일 수는 없다.

자주 방향과 색깔이 혼동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병률 [바람이 좋다 당신이 좋다] 中


지갑 속 주민등록증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각자의 신념이나 철학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살기 마련이다. 일종의 경향성이라고 할까, 이러한 철학들은 그 사람의 성장과정이나 환경 등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기 마련이다. 나 또한 몇 가지 가지고 살고있는데, 그중 한 가지만 살며시 공개해볼까 한다.

난 모든 사람들이 각기 다른 주파수를 가지고 산다고 믿는다. 주파수는 진동수와도 일맥상통한다. 각자가 가진 진동의 정체는 쉽사리 알 수 없어서, 다소 면밀한 관찰을 요하고 또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어떤 진동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나 떨림일 수도 있다. 또 어떤 진동은 상대방의 움직임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스텝을 밟는 운동선수들과 같이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자 하는 항상성(恒常性)의 의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알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서로의 진동수를 인지하고, 각자의 진동수를 어떻게 해석해내느냐는 오롯이 스스로의 몫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도 너무나도 쉽게 그 사람이 나와 잘 통할 지를 대략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비슷한 주파수를 가진 사람끼리는 잘 통한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막힘없이 술술 대화가 이어지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존재들이다. 반대로 주파수가 맞지 않는 사람끼리는 어딘가 어긋나 버린 톱니바퀴처럼, 그렇게 헛돌다가 어느새 멀어져 있는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끼리는 만남의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나와 맞지는 않지만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이때, 우리는 진동을 맞추어 나갈 수 있다. 서로의 걸음 속도를 맞추어 나가듯이 말이다. 라디오나 TV 채널을 돌리는 것만큼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일이다. 어떤 경우가 되었건 서로 다른 것들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 과정에서의 떨림 또한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 준다.

때때로 우리는 처음 보는 낯선 진동과 마주하면 이내 굳어버리고 만다. 익숙지 않은 것은 두렵지만 동시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지내다 보면 어떻게든 새로운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만나게 될 것이고, 그들과 발걸음을 맞추어야 할 일도 많기 때문에 우리는 맞춰 걷는 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맞추어 간다는 건, 서로 한 발짝 물러나는 것과 같다. 세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방법도 있다는 묘리도 알고 있어야 한다.

나는 결국 이 주파수론(論)의 최종 단계가 공진(共振)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서든, 누구와 만나든 공진할 수 있는 사람. 함께 두려워하고 또 함께 움직여줄 수 있는 그런 사람. 그 떨림의 화음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