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Stranger

by 나무섬

어떤 이에게는 사소한 인연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그 사람의 인생을 만나는 일.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나이다.

어쩌면 내가 그의 인생극장에 조연일지도 모르니.

전승환 [나에게 고맙다] 中


우리는 참으로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간다. 지구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존재하고, 아마 그만큼의 개별적인 이야기가 존재하리라. 이 세상 사람들의 인생을 모두 책으로 펴낸다면 개인의 일생을 바친 독서는 마치 모래사장에서 모래 한 줌을 쥐는 것과 같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는 그래서 더욱 손에 쥔 모래에 그토록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또 한편으론 더 많이 쥐려는 욕심 때문에 한 움큼 쥐었다가 놓아버린, 어제의 모래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한없이 아쉬워하기도 한다.

어려운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내세우지만 자신의 꿈은 없고, 빌려서 쓴 꿈들이 허다하다. 나는 대학까지 와서도 수많은 청춘들의 꿈이 공무원을 비롯한 몇 가지로 압축되는 데에서 한 번, 나 또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또 한 번의 허무함을 느꼈다. 이러한 고민들을 친구에게 털어놓아보아도, 화제는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으며 하던 대로 열심히 살아가자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고, 그 짧고도 명확한 결론은 우리가 간신히 알코올로 데워 놓은 분위기를 다시 얼음장같이 싸늘하게 할 것을 나도 친구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현실로부터 도망쳐 취해있는 이 순간만을 만끽할 뿐이다.

각자의 삶은, 온전히 각자의 것이기에 힘겹고, 또 치열하다. 우리는 타인을 동정할 수는 있으나, 완벽히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는 없다. 이 점에서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다. 서로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공감은 불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위선과 오만에 가깝다. 우리는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고민을 타인의 힘을 빌려 해결해보려 하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와서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힘겨운 뫼비우스의 띠 위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타인에게 낯익은 이방인이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 모두가 낯선 이방인인 세계에서, 우리는 수없이 교차하면서 얼마나 외롭고 또 슬펐는가. 나는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같은 일들을 지켜보며, 이해와 공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이해한다. 완벽히 알기보단, 알기 위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방법으로 노력하기. 노력이라는 장작으로 우리 사이의 모닥불 지펴내기. 그리곤 아무 말 없이 곁에 서서 불꽃 속에 피어오르는 우리의 모습 바라보기. 나는 그 순간 상대방에게 이방인이 아닌 그 무언가가 된다.

어쩌면 일생은 끝을 알 수 없는 지평선을 향해 해안가를 따라 걷는, 그런 여행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발자국을 남기는 자가 될 것인가, 발자국을 쫓아가는 자가 될 것인가의 삭막한 양자택일이 아닌, 누구와 함께 걸어갈지를 먼저 고민하고자 한다. 그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 다시 혼자가 되어버린 아쉬움에 주저앉았던 나는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 앞을 향해 걸어간다. 이기적인 나 때문에 내 좁은 손바닥에서 흘러내려 세상으로 돌아간 모래 같은 그대를 떠올리며. 우리는 서로 정반대로 걸어가며 멀어졌었지만, 결국 한 바퀴 돌아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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