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

Ordinary

by 나무섬

삶이라는 모험에서 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재달 [모험] 中


되고 싶은 게 참 많던 시절이 있었다. 과학자부터 프로그래머, 교수 등 멋있어 보이는 건 죄다 내 꿈이라 말하던 시절. 그때 내게 초등학교란 다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아이들이 모인 곳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렀다. 되고 싶은 걸 제발 알고 싶은 시기가 되었다. 세상은 내게 얻어가는 법보다는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놓는 법을 알려줬고,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꽤 다르다는 것을 알려줬다. 주변에선 우리 세대를 가리켜 성공하기 위해선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며 ‘다포 세대’라고 부르며 안타까워했다. 멋있어 보이던 직업들은 엄청난 양의 땀과 눈물, 그리고 돈을 요구했고, 냉혹한 현실은 내 발을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했다.

별생각 없이 주변에서 시키는 대로 정답만 따라왔던 나는, 내 앞에 펼쳐진 수 백 갈래의 길 중 어느 길이 출구로 통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객관식인 줄만 알았던 인생은 어느새 주관식이나 서술형이 되어있었고, 나는 또다시 습관처럼 몇 점이나 받을 수 있을지부터 계산하고 있었다. 주변을 쳐다보니 어느덧 다들 기를 쓰고 보통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있었다.

다들 ‘못해도 보통의 삶은 살아야지’라고 생각한다. 보통의 기준은 대체 어디에서 정해주는 걸까. 소득이 기준인 걸까. 나는 과반수가 본인을 보통 이하의 소득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어느 설문조사의 결과와, 고소득 연예인의 안타까운 자살 소식을 생각하며 고개를 젓는다. 소득이 아니라면 행복이 기준인 걸까. 아니면 둘 다 아닌 또 다른 무언가로 정해지는 것일까.

우리 모두는 제각기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하물며 지문의 모양과 점의 위치까지. 공통점보다 차이점을 찾는 게 몇 배는 쉬운 게 사람이다. 나만해도 왼손잡이이며, 적록색약을 지니고 있다는 두 가지 사실만으로 지구 상의 태반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이다. 나는 내가 왼손잡이인 사실만으로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십오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째서 어렸을 적 내 왼손은 연신 맞아가면서도 보통 사람들이 쓰는 손이 되지 못했던 걸까.

사실 우리는 아직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다만 스스로가 그렇게 느끼지 않을 뿐이다. 무언가를 이뤄낸 후에도 준비되지 않은 것은 항상 내 마음뿐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듯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이미 특별하다.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보통은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오히려 보통의 삶은 더 어려운 삶일 수 있다. 바라건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쉬운 보통은 면허증뿐이었으면 한다. 더 많은 주변인들에게 보통이 아닌 특별한 존재로 다가서는 것, ‘다포 세대’인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한 가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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