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공황 장애로 약을 먹는 동안 경제 신문을 읽을 수 없었다. 숫자와 어려운 용어들을 보면 머리가 아팠고 속이 울렁거렸다. 투자와 경제신문에 거리를 두다가 귀인이던 형과 통화하게 됐다. 이 친구는 나보다 많은 돈을 굴리고 있었고 전업 투자가 목표였다.
통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의 투자전략을 듣게 됐고 투자 전략에 피드백하며 격려해 줬다. 이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거 같았고 친구의 꿈을 도와주고 싶었다. 나의 재산을 늘리는 것보다 친구의 꿈을 도와주는 것이 나에게 부담감이 덜했다. 부담을 덜게 되자 다시 경제 신문을 읽을 수 있었다.
이때에 나는 지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회계와 투자 등 지식보다 다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었다. 지식보다 지혜를 주고 싶었다. 경제학을 배우는 동안 숫자를 다루는 영역보다 경제 철학사에 더 흥미가 갔었다. 방황했던 시절 도움을 주셨던 교수님이자 목사님을 존경하게 됐고 종교에서도 거부감은 사라진 참이었다.
나의 상황과 관심을 고려하여 철학과 종교를 바탕으로 돈을 벌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재능 플랫폼인 숨고에 나의 지혜가 필요한 고객을 찾기 위해 시도도 했다. 그러나 준비가 되지 않았던 나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했다. 지혜 컨설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돈을 버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아 나의 방향성을 다시 점검하게 됐다.
이때 나에게 시급한 건 돈이었다.
공황 이후 처음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로고 디자인이었다. 일러스트를 배우면서 조금 회복이 됐고 이후 지혜 컨설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돈이 시급한 상황에서는 지혜 컨설팅보다 로고 디자인이 나에게 빠른 수입을 가져다줄 것처럼 보였다. 막연한 지혜 컨설팅보다 로고 디자인의 길이 명확한 것도 좋았다.
그 당시 나는 조금이라도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을 고려했었다. 서울 사는 게 너무 좋았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도 모험이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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