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27화. 스타벅스에서 퇴사
2023년 4월 중순 스타벅스 바리스타를 시작했지만 오래 다니지 못했다. 2달을 넘기지 못한 채 나는 점장님에게 퇴사하겠다고 말했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적성에 안 맞았다. 주어진 시간 내의 음료 제조를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지 못했다. 음료 만드는 데 실수도 잦았고 점장과 슈퍼바이저에게 혼나는 게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혼나면서 더 움츠러들었다.
내가 다닌 매장에서는 다른 매장과 다르게 음료 제조에 빠르게 투입됐다. 대학교 앞에 있는 매장은 학기 기간이라 바쁘기도 했고 사람도 최소한으로 운영됐다. 무엇보다 머리로 암기하는 것보다 실전으로 부딪히면서 숙지하는 걸 점장님은 선호하셨다.
음료 제조를 하면서 가장 힘든 시간대가 아침, 점심시간이었다. 주문도 많이 들어오고 해야 할 일도 많아 압박감이 심해 공황이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퇴근하고 레시피를 외우며 보완해야 했지만 나는 쉬는 데 바빴다. 부족한 상태로 출근한 나는 또 실수했고 심신이 지친 나는 다시 쉬는데 바빴다.
악순환에 빠졌다.
같이 일했던 동료는 사회 경험이 많은지, 아니면 성격이 좋은지 혼날 때 기죽지 않고 능글맞게 넘어갔다. 이에 반해 나는 상급자가 하는 말들이 계속 머리에 남았다. 레시피를 더 숙지한 다음 천천히 바에 들어가고 싶다고 점장님에게 요청하지도 못했다.
요청한다면 동료들 사이에서 열등생으로 낙인이 찍힐까 봐 두려웠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주위의 시선이 더 신경 쓰였다. 지금이라면 나의 상황을 조금 더 이야기하고 점장의 속도와 나의 속도를 맞춰가면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점장님에게 퇴사를 말하고 나니 마음이 참 힘들었다. 하던 일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다. 이것마저 해내지 못하면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나를 옭아맸다. 스타벅스를 나온 나는 다른 일을 다시 도전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금융권 취업을 포기한 경험이 최악인 줄 알았는데 알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온 상황이 더 밑바닥이었다.
일기와 에세이를 쓸 힘도 없이 매일 저녁 울면서 날을 보냈다.
시간만이 약이었고 한 달여간의 시간이 지나니 괜찮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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