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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현 Mar 19. 2024

26화. 사람과 소속감

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26화. 사람과 소속감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모르는 사이에서 친구가 되면 즐겁다. 운이 좋게도 어렸을 때는 친구 사귀는 게 어렵지 않았다. 광주광역시에 살았을 때 동네 친구들과 친해졌다. 눈썰매장을 가기도 했고 탑블레이드 대회를 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우정은 영원할 줄 알았다.


우리 집은 전라도에서 경기도로 이사왔고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친한 친구는 울었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헤어지는 게 실감이 안 났다. 새로 이사한 지역에서도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을 거 같았다. 초등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잘 지냈지만, 중학교 올라가자 관계에 대한 밑천은 드러났다.


내 주위에 친한 친구가 없었다. 중학교 3년 동안 가볍게 연락하거나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다. 친구들을 의지하고 친구와 시간 보내는 걸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고통스러운 중학교를 보내고 고등학교 가서야 친한 친구를 사귀게 됐다. 친구들 덕분에 부반장도 했다. 추억이 많은 고등학교를 마무리했고 여전히 나는 사람이 좋았다.


대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사람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했다. 고등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냈던 나는 자신감이 넘쳤다. 누굴 만나든 재밌게 지낼 수 있을 거 같고 다양한 사람들의 개성을 느끼고 싶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었지만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잘 보이지 않던 경제적인 수준이 대학교에서는 잘 보였다. 그 당시 나는 충분하지 않은 돈과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지만, 몇몇 사람들은 달랐다.


이미 충분한 돈이 있었고 하루를 즐기고 있었다.


나와 다른 모습에 당황했고 그들에게 다가가기에 어려웠다. 그래서 생활 수준,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과 어울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개성에 익숙해졌고 사람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을 만나는 반복된 인간관계는 지루했고 관계의 즐거움은 줄어져 갔다. 어느샌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게 어려워졌다. 친구가 있음에도 외로웠고 관계에 갈증을 느낀 나였다.




30살이 된 나는 대학교 시절과 다르지 않게 여전히 관계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친구의 추천으로 교회를 나가게 됐다. 교회를 다니면서 목사님과 가까워졌고 목사님의 권유로 교회 수련회를 처음 가게 됐다. 수련회에서 뭐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교회 사람들과 친해질 기회가 될 수 있을 거 같아 좋게 생각했다. 수련회에서는 나를 환영해 줬지만, 나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어려웠다.


직업이 없는 나를 소개하는 게 민망했고 공황 장애가 있는 걸 부끄럽게 생각해 밝히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상황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마음을 쉽게 열었을 텐데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소극적이었던 나는 누가 먼저 나에게 다가와 줬으면 하는 마음만 있었다. 그래도 수련회에 갔다 오니 신앙생활에 더 몰입됐다.


교회 다닌 지 1달 정도 지나니 교회에 소속감이 생겼다. 교회 사람들과 더 친해지고 싶었고 무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었다. 동시에는 두려운 감정도 생겼다. 적극적인 나의 언행으로 교회에서 배척될까 봐 두려웠다.


사람들과 친해질수록 소속감과 안식처를 잃는 게 두려웠고 더 소극적으로 나온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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