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스타벅스에서 퇴사한 이후 찾아본 일은 독서지도사이다. 평소에 책을 즐겨 읽던 나는 책과 관련한 직업이라 마음에 들었다. 초등학생부터 시작해 고등 논술까지 담당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우리 지부에서 간단한 면접을 보게 됐고 직업 특성상 젊은 남자가 하기 어려운 일임에도 지부장님은 나를 좋게 봐주셨다. 지부장님의 승인으로 강의료를 지불하고 독서지도사 과정을 시작하게 됐다.
독서지도사 과정에는 온라인 강의, 서평 제출, 오프라인 시험이 있다. 한 달여 시간 동안 아동 발달과 심리학 등 새로운 학문을 배우는 건 재밌었다. 온라인 강의는 무난하게 이어 갔다. 강의를 절반 정도 수강하니 독서 서평을 제출해야 했다. 강의와 달리 서평을 작성하는 건 꽤 어려웠다. 어릴 적 독후감은 작성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 서평 작성은 처음이었다. 계속 작성을 해나갔지만 감을 못 잡았다.
독서지도사를 처음 시작했던 자신감 있는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서평은 나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모든 일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했던 나는 독서 지도사에도 흥미를 잃어갔다. 이후 한우리 독서 지도사 과정을 중도 포기하겠다는 걸 지부장님에게 말씀드렸다. 나를 좋게 봐주셨는데 과정 수료를 못하고 그만둔다고 말하니 죄송스러웠다.
이에 나는 다시 길을 잃었다.
독서 지도사 과정이 무료가 아니었고 알바도 하지 않았던 나는 돈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조급하고 불안했다. 내가 시작했던 일들을 연달아 중도 포기하자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나는 또 포기하겠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시 도전하기 두려웠다. 방에 들어가 나를 자책하면서 다시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두 번째 귀인인 친구와 연락이 닿았고 밖에서 만나게 됐다. 카페에서 나의 상황과 감정들을 이야기했다. 친구는 이런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실패 경험은 잊고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 시작해 보라고 격려해 줬다. 독서지도사와 스타벅스 이전에 희미했던 과거 성공 경험을 기억해 냈다. 과거의 나로서 재출발하는 마음을 가지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다시 일어선 나는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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