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을 신청했던 당시 내 마음은 절박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도전하면 뭐라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지원했다.
새벽 6시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5시 40분에 일어났다. 출근 셔틀버스 안에서 두려웠지만 설레기도 했다. 물류센터에 도착하니 '나는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은 사라졌다. 물류센터에는 대학생부터 30~50대,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이 있었고 30대 건강한 신체를 가진 남자인 나는 못 할 게 없었다.
동료들과 일하면서 동질감과 소속감이 생겼고 일에 집중도 잘 됐다. 이때의 나는 여전히 정신과 약을 먹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쓰고 땀을 흘리니 잡생각이 안 났다. 땀 흘리며 일하고 난 뒤에 먹은 밥은 정말 맛있었다. 몸은 다소 고됐지만 정신은 회복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조그맣게나마 쓸모 있는 거 같아 자신감도 많이 올랐다.
정신과 약을 6개월 이상 복용했고 쿠팡에서 일하는 동안 좋아져 정신과 약을 중단했다.
어느 정도 쿠팡 일이 익숙해졌고 자신감도 올랐던 나는 내 방향성을 점검했다. 쿠팡에서 장기적으로 일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일주일에 4일 이상 하기에는 힘들었고 허리에 부담도 갔다. 그렇게 쿠팡은 한 달여 만에 그만두게 됐다.
스타벅스와 독서 지도사 과정과 다르게 쿠팡을 그만뒀을 때는 실패하거나 도망치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스타벅스처럼 팀에 부담을 주거나, 독서 지도사처럼 비용도 나가지 않아 가볍게 나올 수 있었다. 언제든 다시 돌아와 돈 벌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이 당시 나는 여전히 투자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2017년 대학교에서부터 서울 연희동에 독립하고 2023년 7월까지 나는 금융 시장을 계속 주시하면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었다. 나의 계좌와 엄마의 주식 계좌를 관리했는데 이때 펄어비스라는 종목에 투자했었다. 처음에는 결과가 좋았다.
자신감이 충만했고 주식에 더 집중할 생각으로 최소한의 시간으로 일할 수 있는 알바를 찾아다녔다. 야간 수당을 주는 편의점 주말 야간을 지원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투자에 집중하고 금요일 야간, 토요일 야간에는 편의점 알바하러 갔다.
이후 펄어비스 주가는 폭락했고 나는 펄어비스 투자가 실패했단 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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