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GS25 편의점 알바하고 있던 나는 여전히 방황했다. 투자 말고 하고 싶은 건 없었지만 투자로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괴로워했다.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한 지 6개월쯤 지나자, 정신이 쇠약해졌다.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내가 죽든, 부모님을 헤치든 큰일이 일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정신과를 방문했다.
1년 만에 다시 공황이 찾아왔다.
정신과에서는 야간 근무의 불규칙한 수면 습관이 큰 원인이라고 했다. 내가 생각한 원인은 꽤 복합적이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동안 부담감과 외로움이 심적으로 힘들었고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적 요인이 결정타를 날린 거 같다.
나는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도 부모님은 여전히 취업에 대한 압박을 주셨다. 그렇다고 나는 이런 압박감에 못 이겨 아무 회사나 다니고 싶진 않았다. 내가 갖고 있는 재능과 돈으로 수입을 만들고 싶었다. 부모님 압박을 버티면서 알바하고 투자와 투자 관련 부업을 시도했다.
투자 분야에 몰두하면서 발전하는 과정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에 힘들어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투자로 돈과 명예를 얻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투자 그 자체를 좋아하는지도 헷갈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과 힘든 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도 만들고 싶었다. 친구가 많지 않았던 나는 교회에 의지했다. 교회 다닌 지 1년이 지났지만, 교회 청년부에 잘 어울리지 못했다. 시간상으로 알바 시간과 주일이 겹쳤고 남들에게 나를 잘 소개하지 못했다. 알바하는 나와 직장이 있는 친구들과 비교가 됐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나의 힘든 상황을 말하지 못하며 밝게 있는 내 모습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내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자 관계에서 겉돌았고 관계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던 사람들도 떠나갔다. 나는 더 고립되고 외로웠으며 부모님의 압박감에 못 이겨 번아웃이 온 것이었다.
다시 찾아온 공황은 불면증과 집중 장애로 나의 일상을 망가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