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정신과를 다녀오면서 편의점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외로움과 부담감이 크긴 해도 내가 봐도 불규칙한 수면이 큰 문제였다. 편의점 동료들에게 퇴사를 먼저 말하고 점장님에게 말했다. 불면증과 집중 장애로 고통스러웠지만 편의점을 바로 그만두지 않았다. 내가 6개월간 일할 수 있었던 건 동료들 덕분이었고 그들에게 나의 짐을 떠넘기고 싶지 않았다.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퇴사 통보 이후 2주간 근무를 더 해야 했다. 이때의 2주는 정말 고통스럽고 힘든 주간이었다. 나의 상황을 밝히면 편하게 일할 수 있었지만, 동료들에게 내 상황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일하는 동안 식은땀이 났고 최선을 다했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동료에게도, 교회에서도 내 속마음을 말하지 못한 나는 매일 죽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나의 존재가 이 세상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좋아하는 투자 마저 집중 장애로 손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식욕이 없어서 먹는 즐거움도 없었다. 인생을 사는 게 고통스러웠다.
나의 과거를 돌이켜봤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사회는 잘 돌아갔고 부모님과 친구들은 잘 살아갔다. 인생이 너무 매정했다. 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몇 번의 도전했지만 성공은 조금, 실패는 지겹도록 맛봤다. 앞으로도 계속 똑같을 생각에 지쳤다.
그러나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지만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건 살아가는 것밖에 없었다. 고통과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해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게 내 노력이었다. 여기서 죽어야 한다는 운명이라면 죽지 않고 살아가는 게 내 반항이었다. 이 땅에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한 것이며 이런 나에게 스스로 감사하며 다시 삶의 의지를 세우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