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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현 Apr 12. 2024

33화. 인정

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33화. 인정


재작년 나는 공황장애를 처음 겪었다. 그 당시 나는 정신적 아픔을 남에게 말하는 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남모르게 빨리 극복하고 싶었다.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정신과 약을 6개월간 복용했다. 감사하게도 정신 건강이 많이 호전되어 약을 끊었다. 이후 1년이 안 되어 다시 정신질환이 재발했다.


나는 좌절했다.


공황에 취약해진 나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한 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두 번은 용서가 안 됐다. 과거와 달리 현재 연약해진 몸과 마음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겉으로 봐서는 너무나 멀쩡한데 이전과 달라진 내 몸이 당황스러웠다.


건강했을 당시 주어진 기회를 이제는 갖지 못한다는 생각에 슬프고 화가 났다. 직장은 물론이거니와 인간관계 또한 제약이 따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다니며 결혼하고 자식을 기르는 게 나와 먼 이야기 같았다.


죽지 않고 살아가고 싶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찾아본 결과 현재 나의 몸으로 살아가려면 나의 아픔을 받아들여야 했다. 살려면 공황 장애를 인정해야 했다. 이전과 다르게 살아야 했다.


나의 상황에 필요한 건 감사함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갖고 있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해 본 적이 없다. 현재 삶에 감사하며 만족해야 하는데 아직은 이런 마음 가지는 게 너무 미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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