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20대 때 나는 부모님 그늘을 벗어나고 싶었다. 돈이 많다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어 보였다.
그래서 돈이 많은 부자가 되고 싶었다.
경제학이라는 전공이 부자에 가까워질 거 같았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선택했다. 대학 다니면서 학업보다는 알바와 연애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알바를 반대하셨다. 내면의 욕구를 충족 못한 나는 대학 다니는 동안 방황했다.
직장보다 독립을 이룰 수 있는 돈의 욕망이 강했다. 대학 다니는 내내 취업보다 큰돈을 벌 수 있는 투자와 창업에 몰두했다. 그러나 투자와 창업으로 큰돈을 벌지 못했다. 부모님 그늘을 벗어나고 싶은 열망이 여전히 강했고 졸업 후 호주 워홀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코로나 봉쇄로 해외를 못 나가게 됐다. 어쩔 수 없이 부모님 본가에서 취업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까지 투자 공부를 한 게 있어서 금융권 취업을 준비했지만, 취업 결과는 좋지 않았다. 부모님의 계속된 압박이 이어졌고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번아웃이 왔다.
친구 관계에서도 트러블이 생기자 쌓여왔던 마음의 부담들이 폭발해 2022년에 공황장애를 겪게 됐다. 공황 장애를 계기로 본가에서 나와 부모님과 독립하게 됐다.
독립을 시작하니 너무 기뻤다.
정신과 약을 먹고 심리 상담을 받아도 부모님에게서 떨어져 살 수 있는 게 행복했다. 이때 당시 직장과 알바를 하지 않던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용돈 받고 있었다.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여 완전한 독립을 이뤄내고 싶었다.
처음 시작한 알바는 스타벅스였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쿠팡 역시 오래 못했고 처음으로 편의점 야간 알바를 6개월간 하게 됐다. 내가 알바한 돈으로 월세와 생활비를 지출하니 좋았다. 부모님으로부터 지원을 안 받으니 떳떳하고 당당했다.
편의점 알바 역시 처음 적응은 힘들었지만, 동료들이 좋아 잘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수십 년간 마음의 병을 쌓아왔고 공황장애를 한 번 겪었던 나는 건강하지 못했다. 편의점 알바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2024년에 다시 공황이 재발했다.
결국 편의점 알바를 나오게 됐다.
나는 다시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 경제적 지원을 빌미로 또 압박을 주실까 봐 두려웠다. 이제는 알바조차 하지 못한 몸을 갖게 됐는데 더더욱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상황이 좌절되었다. 그래도 살아야 하니 정신 건강 회복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써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