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사는 도시공학자의 영국 시골 탐방기(1)
필자는 2013년 6월 진안으로 이사를 와 12년째 살고 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진안에 수입맥주를 팔지 않아 친한 지인이 집들이 선물로 수입맥주를 사 와 선물하였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진안 어디에서나 수입맥주를 살 수 있다. 10여년 사이 편의점과 카페가 여러 곳 생기고, 롯데리아, 다이소도 생겨 점점 생활하기 편리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일상생활의 불편들은 남아 있다. 다만, 익숙해질 뿐이다. 최근 지방소멸론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농촌지역 뿐만 아니라 중소도시까지 인구소멸, 지방소멸이라는 위험이 코앞에 다가 온 것이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멸망론,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론
1990년대에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멸망 예언이 크게 유행 했었다. 1999년 7월로 예언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멸망 예언은 인류를 막연한 공포에 떨게 했다. 당시 지구멸망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유행 했었다. 다행히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지만 지구 곳곳이 기후변화로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심각해지기 시작한 농촌지역의 인구 감소, 고령화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에 인구소멸, 지방소멸이라는 공포로 다가 왔다. 지방소멸론은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사회적 이슈 중 하나가 되었다. 지방소멸론이 현실세계을 정확하게 진단한 예측 결과인지, 단순 통계분석으로 만들어진 억측 결과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일본 사회에서조차 지방소멸론은 허구다, 오히려 지방소멸론이 지방소멸을 부추 킨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우려가 여전히 미래의 우려로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구소멸위험의 정도를 나타내는 소멸위험지수는 2014년 지방소멸 리포트를 최초로 발표한 일본 도쿄대학교 마스다 히로야 교수가 발표한 개념이다. 소멸위험지수는 만 20~39세 여성 인구수를 만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지수이다. 마스다 히로야 교수가 구분한 소멸위험지수는 1.5 이상이면 소멸 위험이 매우 낮은 저위험지역, 1.0~1.5인 경우 보통지역, 0.5~1.0인 경우 주의지역, 0.2~0.5는 소멸위험지역,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대체적으로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이라 하는데, 쉽게 표현하면 65세 이상 인구수가 20~39세 여성의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곳을 일컫는다. 즉 가임 여성인구가 고령자의 절반이 안 되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소멸은 비단 농산어촌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당면한 문제만이 아니라 서울, 부산, 대전, 인천 등 대도시의 일부 기초단체도 주의단계에 진입하고 있어 전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진안군 위험지수 0.145로 소멸 고위험지역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은 고창군, 무주군, 장수군, 진안군, 임실군, 부안군, 순창군 7개 군이 해당된다. 진안군은 소멸위험지수 0.2 미만으로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실제 2024년 5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 9,605명, 20~39세 여성 인구 1,395명으로 위험지수는 0.145로 소멸 고위험지수 0.2 미만에 해당한다. 2013년 12월 기준 진안군의 인구 26,512명에서 2024년 5월 기준 24,440명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앞으로 이 위험지수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과연 인구 2만 4천여 명인 진안은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인구소멸,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자세
행정안전부는 인구소멸 대응을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 고향사랑기부금 등 인구감소지역 대응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진안군 또한 2022년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2023년 인구감소대응위원회를 구성하고 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 수립했다. 필자는 과연 이 정책들이 지금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실효성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중앙부처는 국토불균형발전, 농촌지역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농업농촌 살리기, 농산어촌 삶의 질 개선 등 수 많은 정책과 사업을 추진해 왔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진안군도 최선을 다해 사업을 발굴하고 시행해 왔다. 그러나 지속적인 정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농촌지역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여전히 미래가 불확실하다. 진안군의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은 무엇일까? 아니 농촌지역의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짜 핵심은 무엇일까? 필자는 도시공학자이면서 진안에 살고 있는 생활인으로서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보기로 했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영국 농촌
필자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영국 시골을 탐방하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국의 농촌지역 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라우틀리지(Routlege) 출판사가 2015년에 발간한 <농촌계획 입문 2편(닉 갤런트 외 3인)>에 의하면, 영국의 농촌인구는 1990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스코틀랜드지역 농촌인구는 1991년 538천명에서 2008년 기준 954천명 수준으로 연차별로 증가하고 있다(2021년 기준 930천명:스코트랜드 정부 발표). 필자는 이 자료를 보고 영국의 농촌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꿈꾸었던 영국 여행의 주제를 영국 시골 탐방으로 정했다. 과연 무엇이 영국의 농촌인구를 늘어나게 하는 것인지, 농촌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인지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영국 시골 탐방지는 진안군의 지리적, 환경적 특징을 고려하여, 영국 수도 런던에서 이동거리 3시간, 대도시 에든버러에서 이동거리 1시간에 위치하며, 인구 1~2만 명 규모의 농산촌지역으로 선정하였다. 이런 조건으로 선정된 탐방지는 런던에서 남서향으로 기차로 3시간 이동거리에 위치한 토트네스(Totnes), 영국의 에든버러에서 남향으로 버스로 1시간 이동거리에 위치한 피블스(Peebles), 갈라쉴즈(Galashiels)이다.
이 번 영국 시골 탐방기은 필자가 토트네스, 피블스·갈라쉴즈를 방문해 현지인들 속에서 동네를 걷고, 현지인이 방문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마트와 시장을 이용하고, 현지인들이 타는 시골 버스를 타며 보고 느낀 내용을 기록하려고 한다.
- 필자는 50대 초반 여성이며, 부산, 서울, 경기지역에 살다 진안으로 이사 와 12년째 살고 있다. 도시공학 박사이며, 농촌마을계획, 생태관광 및 농촌관광, 공동체 역량강화, 환경 관련 정책을 연구하며, 주민참여 마을만들기를 지원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