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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한그루 Aug 01. 2024

10년 동안 인구1천명이 증가한 토트네스

시골 사는 도시공학자의 영국 시골 탐방기(2)


  토트네스는 영국 데본주(Devon) 사우스햄(South Hams District, 2022년 기준 인구 89,812명, 기초의회)에 속하는 행정교구(civil parish)이다. 행정교구는 교회 교구를 중심으로 한 생활권 범위의 자치의회 기능을 가지는 행정구역이다. 토트네스의 주요 농업은 전통적으로 목축업이다. 토트네스는 17세기부터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과 양모, 수공예품을 무역을 하였으며, 시장마을(마켓타운)로 발달해 왔다. 토트네스 인구는 2011년 인구 8,076명에서 2021년 인구 9,214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6월 13일 오전9시 런던 패딩턴역을 출발해 오전11시 50분에 토트네스역에 도착했다. 먹구름이 낀 하늘은 어둡고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기차역은 아주 작고 소박했다. 생각한 것보다 더 한적했다. 토트네스역을 출발해 도로를 건너 주택가 골목을 15분 걸어 시내 중심거리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토트네스 중심거리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토트네스 중심거리는 복합문화공간


   토트네스 중심거리는 구도심 한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약600m 일직선 도로 양쪽으로 형성되어 있다. 중심거리는 차량속도 20km 속도제한이 있는 일방통행 1차선과 일렬 주차장이 배치된 좁은 도로에 양쪽으로 한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좁은 인도가 있다. 상점들은 오래된 2~3층 석조건축물이며 건축물 마다 제각각 다른 파사드(건축물 정면부)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 중심거리의 경관이 아기자기하고 활기차 보였다. 중심거리의 상점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핸드메이드 즉 수작업으로 만든 바느질 생활용품, 주방용 직물용품, 공예품, 장식품, 인테리어 소품, 보석장식구, 갤러리 등 핸드메이드 예술 수공예 작품을 파는 상점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었다. 이외에도 지역농산물로 만든 와인, 치즈, 쨈, 아이스크림, 토종종자를 키워 만든 빵과 디저트, 카페와 식당, 기념품 가게, 교회, 생활잡화점, 서점, 중고서점, 중고 LP점, 옷가게, 야외 카페테리아 등이 군데군데 위치해 있다. 600m의 상점거리에서 독특한 상점가 거리의 청취를 느끼며 아이쇼핑(눈으로만 구경하는 것), 쇼핑, 식사, 종교 활동, 휴식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었다. 중심거리 끝부분인 사거리 교차로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은 토트네스 시내와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는 버스, 런던행 버스 등을 탑승할 수 있 있었다. 상점가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과 카페를 찾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영국 시골의 식당은 대화의 장


  중심상가 가게들을 구경하며 걷다가 오후 1시 30분쯤 필자는 관광객 보다 현지인들이 많은 식당을 골라 들어갔다. 식당의 주요 메뉴는 가정식 고기파이와 커피, 다양한 디저트 메뉴들이었다. 손님 대부분은 가정식 고기파이와 샐러드, 음료를 주문해 먹었다. 가정식 고기파이 종류는 10여 종이 넘었으며, 디저트 종류도 20여 가지가 되었다. 보조보행기를 끌고 와 포장을 해 가는 노인들도 있었다.

  주문을 하고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며 식당을 둘러보니 식당 안 테이블이 손님으로 꽉 차 있었다. 식당 손님 대부분이 60~80대 노인들이 많았다. 손님들 대부분은 대화에 열중하고 있어 식당 안은 시끌벅적했다. 또 특이한 점은 주문하는 손님과 주문을 받는 종업원들이 많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주문을 하면서 대화가 길어지니 주문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주문하는 손님이나 주문 받는 종업원이나 굉장히 여유롭게 대화를 했다. 이런 장면은 이 식당만이 아니라 토트네스의 슈퍼, 식당, 카페 등 어디를 가든 손님과 종업원이 주문을 하며, 계산을 하며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길을 가다 마주치는 이웃끼리도 골목, 버스 정류장, 마트 어디에서라도 서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비단 토트네스 뿐만 아니라 며칠 후 방문 했던 스코틀랜드의 피블스, 갈라쉬즈에서도 비숫했다. 영국 시골 사람들은 잠깐이라도 만나는 이웃들과 대화를 하는 문화가 습관이 되어 있는 듯 했다. 필자의 눈에는 영국 시골에 사는 노인들이 잠깐이라도 이웃들과 대화하며 활기를 느끼는 듯했다.     



영국 시골에는 주택이 많다


  점심을 먹은 후 토트네스 바로 옆 동네 다팅턴(Dartington)을 둘러보기 위해 버스를 탔다. 다팅턴은 토트네스와 같이 데본주 속하는 인구 900여명, 주변 지역 인구 포함 1,800여명인 행정교구이다. 토트네스 중심거리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서 다팅턴행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편도 1차선인 좁은 도로를 6개의 버스 정류장을 지나 10분 후 다팅턴 끝자락에 위치한 정류장에 내렸다. 토트네스를 출발해 6개의 버스정류장을 지나는 동안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일정규모의 주택단지들이 조성되어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필자는 토트네스 방향으로 천천히 걸으며 다팅턴 시내를 구경하였다. 다팅턴은 대부분 주택단지로 형성되어 있었다. 다팅턴 중심지에는 유치원 1개, 초등학교 1개, 고등학교 1개가 위치해 있고, 우체국을 포함한 슈퍼마켓 1개소, 편의점이 있는 주유소 1개소가 나란히 위치해 있었다. 다팅턴 외곽지역에는 새로운 주택단지를 신축하고 있었으며 분양 광고판을 걸려 있었다.      


영국 시골에서 발생하는 교통체증의 정체


  인도를 걷고 있는데 마침 젊은 엄마, 아빠 여럿이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그들을 따라 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유치원이었고, 아이들을 픽업하기 위해 엄마, 아빠들이 일제히 모여 들기 시작했다. 그 때 시간은 오후 3시 40분쯤 되었을까? 어린이집, 초등학교의 하교시간이었다. 아이들 픽업 때문인지 다팅턴 중심에 위치한 회전교차로에 갑자기 차량 통행량이 늘어나더니 교통체증이 시작되었다. 와 이런 곳에 이런 시간에 교통체증이 발생하다니! 너무 놀라웠다. 아이를 픽업하러 오는 부모들은 30~40대로 보이며, 엄마들뿐만 아니라 아빠들도 상당이 많았다. 초등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하교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시골 학교와 슈퍼마켓은 패키지

  아이들의 하교가 시작되면서 또 하나의 현상이 보였다. 차량들이 수시로 한 슈퍼마켓에 주차를 하고 있었다. 학교 인근에 있는 슈퍼마트인데, 아이들의 하교가 시작되면서 갑자기 방문 차량이 늘어났다. 슈퍼마켓 앞에서 관찰해 보니 학부모들이 슈퍼마트에서 간단하게 장을 보고 아이를 픽업하러 가는 듯 했다. 필자는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갔다. 마트는 그리 넓지는 않았다. 슈퍼마켓을 둘러보니 편의점과 마트가 혼합된 형태의 슈퍼마켓이었다. 야채, 과일, 고기, 빵, 디저트 등 신선식품, 반조리식품, 즉석식품, 과자, 음료 등 식품전문점이었다. 이 슈퍼를 방문하는 주요 방문 층은 30~40대 여성, 남성들이었다. 소형자가용을 타고 장바구니를 들고 방문했다. 특이한 점은 슈퍼마켓이 우체국이 기능도 하고 있었다. 슈퍼마켓 직원이 우편물과 택배물 접수 담당을 하고 있었다. 또, 학교를 마친 많은 초중고생들이 간식을 사 먹기 위해 마트를 방문했다. 마트 바로 옆에는 편의점이 있는 주유소가 있었는데 이 곳도 주유를 하러 온 30~40대의 주민들이 많았다. 오후 4시 전후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밀집해 있는 다팅턴 중심가는 차량통행량이 급증하며, 슈퍼마켓, 주유소 방문객이 급증했다. 학교와 슈퍼마켓, 주유소가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있었다.



시골버스는 광역버스이면서 시내버스


  다팅턴을 출발해 다시 토트네스로 돌아오기 위해 버스를 탔다. 필자가 탄 버스는 토트네스를 경유해 인접한 인구 약7만 명 페인턴(Paignton)이 종착지인 광역버스였다. 버스는 런던 시내에서만 운행할 것 같은 2층 버스였다. 버스가 5개의 버스정류장을 지나오는 동안 초중고생들과 지역주민들이 계속 타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버스는 통학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의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토트네스에 도착할 때쯤 버스는 승객들로 꽉 찼고, 토트네스에서 많이 내렸지만 페인턴 방향으로 가는 승객들이 많이 탑승하는 것을 보았다. 토트네스는 버스는 시내버스 운영방식과 같이 중간 중간 버스정류소에 정차를 해 승객들이 타고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토트네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버스노선은 모두 8개인데, 이 중 운행횟수가 많은 노선은 5개이다. 운행횟수는 평일 기준 페인트-플리머스 노선은 23번, 토트네스-뉴튼애보트 노선은 8회, 토트네스-엑서터 노선은 11회, 토트네스-다트머스 노선은 14회, 토트네스-살콤 노선은 14회로 운행되고 있다. 이 버스노선은 토트네스를 중심으로 동서남북향으로 10~30km 거리에 위치한 데본주 남부 지역 인구 7~26만의 도시와 인구 1~2천명의 토트네스 주변의 시골 지역을 이어주고 있었다. 토트네스는 지리적으로 데본주 남부지역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는 교통그물망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다.  


- 필자는 50대 초반 여성이며, 부산, 서울, 경기지역에 살다 진안으로 이사 와 12년째 살고 있다. 도시공학 박사이며, 농촌마을계획, 생태관광 및 농촌관광, 공동체 역량강화, 환경 관련 정책을 연구하며, 주민참여 마을만들기를 지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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