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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한그루 Aug 08. 2024

190년 전부터 뉴타운을 개발해 온 토트네스

시골 사는 도시공학자의 영국 시골 탐방기(3)

토트네스 브리짓타운 전경


모여 사는 토트네스 주민들


  토트네스에서 둘째 날이다. 오전 9시, 토트네스 주택가를 산책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토트네스 주민들이 사는 주택가는 토트네스 성을 중심으로 조성된 구도심 주택가와 다트강 건너 뉴타운으로 조성된 주택가 두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먼저 구도심 주택가를 산책했다. 구도심 주택가는 가운데 정원을 중심으로 여러 채의 주택들이 둘러싼 형태로 조성된 공동주택들이다. 구도심의 주택들은 대부분 200~300년이 된 2층 구조의 석조 건축물이지만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필자가 구도심을 산책하는 동안 방치된 노후주택은 볼 수 없었다. 간혹 외벽 수리를 하거나 실내 리모델링을 하는 주택은 있었다. 필자는 구도심 주택가에는 노인들이 많이 거주할 것이라 예상 했는데, 산책하는 동안 아이들을 등교 시키는 부모들이 눈에 많이 뛰었다. 또,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이 자주 보였다. 이것은 구도심 한가운데 초등학교와 도서관이 있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정원, 놀이터가 곳곳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토트네스의 낮은 구릉지형에 빽빽하게 자리 잡은 공동주택들과 집집마다 가꾼 정원,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주택가 풍경을 정겹고 아름답게 연출하고 있었다.


  구도심 주택가를 둘러 본 후 토트네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다트강 다리를 건너 브리짓타운로 들어섰다. 구도심에서 50m의 다리만 건너면 브리짓타운이 나왔다. 도보로 1분이 걸렸다. 브리짓타운은 1823년에 다리가 생기면서 1834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마을이다. 190년 전 인근 지역 철강 관련 산업체 노동자들을 위해 공동주택으로 개발된 뉴타운이다. 마을 초입에는 오래된 주택들이 있었고, 마을 중심부와 외곽에는 30~40년 이내의 신축 공동주택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구도심과 비교해 전체 규모는 비슷했지만 도로도 넓고 개별 대지면적이 컸다. 주택가는 매우 한적한 분위기였다. 필자가 동네를 산책하는 동안 정원을 손질하거나 쓰레기 분리를 하는 주민들이 곳곳에 보였다.

  토트네스는 구도심과 뉴타운에 주택들이 밀집해 있어 토트네스 인구 대부분이 이곳에 모여 살고 있었다. 이런 주거환경은 대중교통 서비스나 공공시설 서비스, 쇼핑, 외식 등에 매우 편리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또, 이웃주민들과의 만남이나 교류가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질 수 있어 지역사회 안전망의 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였다.     



원스톱(one stop) 쇼핑이 가능한 슈퍼마켓


  필자는 주택가 산책을 마치고 토트네스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인 모리슨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모리슨 슈퍼마켓은   토트네스 중심거리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주민들이 차량으로 최대 5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모리슨 슈퍼마켓  주차장이 매장 면적의 2배로 조성되어 있었고 차량 진출입로와 보행자 인도가 구분되어 있었다. 금요일 오전 11시 40분, 모리슨 슈퍼마켓 방문 차량이 상당히 많았다. 쉴 틈 없이 수시로 차량이 주차장으로 들어오고 나가고 있었다.


  슈퍼마켓 입구 왼쪽에 약국이 있었다. 슈퍼마켓 매장은 상당히 넓었다. 매장은 런던 시내 주택가의 슈퍼마켓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매장이었다. 야채, 과일 등의 다양한 신선식품들이 소포장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고기 종류는 식육점뿐만 아니라 바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반조리식품,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 샐러드바, 즉석피자집, 다양한 햄과 치즈, 디저트 등으로 다양한 종류와 형태로 판매되고 있었다. 또, 먹는물, 주류를 벌크형태로 판매하고, 정원용 야외창고, 야외 어린이 미끄럼틀, 정원 탁자·의자세트, 카펫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개 사료, 실내용 꽃, 정원에 심을 다양한 화초, 퇴비, 정원 도구, 페인트, 도료, 집수리 도구, 담배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심지어 지역신문 가판대, 지역활동 소식판, 열쇠자동복사기, 증명사진포토부스, 무인택배함 등이 설치되어 있다. 


  슈퍼마켓 매장과 연결되는 곳에 상당히 넓은 카페가 있었다. 간단한 식사와 커피, 음료, 디저트 등을 판매하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간단히 커피나 음료수를 마시며 쉬고 가거나, 혼자 식사를 하거나, 지인들끼리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거나, 학생들은 학교 수업 후  카페에서 간식을 먹으며 부모가 픽업을 오기를 기다리거나, 엄마와 아이들이 퇴근하고 온 아빠를 만나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매장 안에는 샵인샵 형태로 의류 매장이 있는데, 의류 매장 절반이 영육아와 아동 의류가 차지하고 있었다. 성인 의류 코너에도 다양한 종류의 의류와 패셔너블한 디자인의 의류가 판매되고 있었다. 모리슨 슈퍼마켓에서는 한 번의 방문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 보였다.  

   


활력과 감성을 체험할 수 있는 토트네스 시장


  토트네스 시장은 3월부터 10월 사이 매주 금요일, 토요일 주2회 오전 9시부터 오후5시까지 토트네스 시민회관 앞 야외광장과 실내강당에서 열리는 장터이다. 필자가 오전9시쯤 시장을 방문하니 셀러들이 한창 개장 준비 중이었다. 오후1시 30분쯤 다시 시장을 방문했다. 야외광장에는 토트네스와 인근 지역에서 직접 농사지은 야채와 과일, 인근 목장에서 키운 고기, 화초와 꽃, 지역농산물을 가공해 만든 치즈, 쨈, 빵 등 먹거리 상점이 많았다. 그리고 바로 먹을 수 있거나 포장해 갈 수 있는 샌드위치와 디저트 상점, 이동식 카페, 멕시칸 요리식당 등이 운영되고 있었다. 야외광장을 지나 시민회관 주차장에는 핸드메이드로 만든 목공예품, 도자기, 직물용품, 장식구 등과  중고 의류, 중고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야외 가판대 셀러들은 전체 50팀 정도였다. 실내강당에서는 에너지 힐링, 테라피, 명상, 요가 등을 주제로 20여 개 팀이 운영하고 있었다. 오후1시 30분 야외 시장은 방문객들이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붐볐다. 시민회관 계단에 앉아 샌드위치와 멕시코 요리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전 개정 직후에는 야채, 고기, 생선을 구입하러 온 현지 주민들이 많았고, 점심시간 전후로 타 지역 관광객들이 많았다. 금요일, 토요일에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장은 주민들에게는 싱싱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구입하는 곳이며, 외부 관광객들에게는 토트네스의 활력과 감성을 체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였다.     


토트네스는 활력을 만들어가는 장소


  토트네스 시장을 나와 중심거리로 나왔다. 화창한 날씨의 금요일 오후 토트네스 중심거리는 그야말로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인도는 오고 가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심지어 사람들에 밀려 차도로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식당, 카페, 상점 안에는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도로에 통행하는 차량이 많았다. 버스정류장에도, 슈퍼마켓에도 사람들로 바글바글 거렸다. 필자는 이 광경을 보고 인구 1만 명이 안 되는 시골 토트네스의 살아 숨 쉬는 활력을 느꼈다. 토트네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의 시골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사람들이 모여 활력을 만들어가는 장소였다.      


- 필자는 50대 초반 여성이며, 부산, 서울, 경기지역에 살다 진안으로 이사 와 12년째 살고 있다. 도시공학 박사이며, 농촌마을계획, 생태관광 및 농촌관광, 공동체 역량강화, 환경 관련 정책을 연구하며, 주민참여 마을만들기를 지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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