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우리가 미움받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남의 눈에 나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을 미워하는 사람은 당신이 어떻게 변해도 미워한다. 그의 미움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기에 생각을 바꿀 여지가 조금도 없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으면 처음에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나다 보면 뜻밖에도 마음이 편해지고 점차 달관하게 된다. 어차피 그는 당신이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싫은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굳이 자기 모습 그대로 즐겁게 살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가 누굴 좋아하든 싫어하든 무슨 상관인가.
당신이 달관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미움이 당신이 뭘 잘못해서이거나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무슨 잘못을 해서가 아님을 분명히 알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당신이란 사람의 존재 자체가 불쾌한 것뿐이다. 이는 당신이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원죄 原罪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무슨 일을 할 때 그가 기분 나빠할지 아닐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더는 손발이 묶여 앞으로 나가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실 누구든 저마다 미워하는 사람이 있고, 대개는 미워하는 이유를 정확히 이야기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을 미워할 때는 굳이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지 않은가. 그가 뭘 하든 하지 않든 그냥 밉거나 좋은 것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미워할 순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겠다고 스스로 싫어하는 모습이 될 순 없지 않은가.
직장 동료나 친구, 연인, 배우자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움받을까 봐 걱정하다 보면 모든 사람을 항상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때로는 자신의 모든 걸 바쳐 희생해야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이런 자신의 모습에 감동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은 당연히 당신이 져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당신은 억울함을 느끼게 되고 모든 인간관계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만다. 온 세상 사람이 다 웃을 때도 당신은 눈물을 흘릴 테고, 그걸 알아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들은 당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당신의 희생과 헌신을 당연하게 여긴다.
처음에 당신은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했을 것이고, 모든 사람이 즐거웠으면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지 잘 보여야 할 상대를 잘못 선택한 것이다. 당신이 가장 잘 보여야 할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니까. 당신의 기분은 당신을 신경 쓰고 관심 있게 봤던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될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이 먼저 즐거우면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즐거워지지만, 그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마주하면 당신의 어떤 성격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어떤 성격이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지 알게 된다. 그런 당신의 불완전함과 결점을 웃으며 받아들이면, 그리고 다시 찬찬히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살펴보면 좀더 편한 날들을 살 수 있다. 누군가가 당신을 미워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면 더는 미움받을까 봐 두려워하며 살지 않게 된다.
미움받기를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남의 생각을 완전히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으로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뜻도 아니다. 자신에게 완벽한 성격을 강요하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던 자신의 모습까지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당신을 미워한다 해도 그건 그리 마음 아파할 일이 아니다. 반대로 누군가가 당신을 좋아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남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요구받아왔다. 성적은 1~ 2등을 다퉈야 하고, 좋은 직업을 찾아야 하고, 잘 맞는 상대를 찾아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단계마다 인생의 목표는 남의 눈에 맞춰야 했고, 그럴수록 무거운 짐을 진 채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나의 바람은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중요한 것은 내가 목표를 이루기를 남들이 바란다는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종종 좌절감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남을 실망시킬까 봐, 남들이 실망한 나머지 나를 미워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들의 기대는 본래 나의 인생 목표나 진정한 꿈이 아니었다. 그러니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실망한다 해도, 그것은 그들이 풀어야 할 과제이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남들이 나에게 걸었던 기대가 물거품이 되고 내게 집중됐던 시선이 사라진다면, 나는 본래 지지 않아도 될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덕에 내가 정말 바라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한결 마음이 편해지면, 오히려 더 넓은 자신만의 세계를 일궈낼 수 있다.
남에게 미움받을까 봐 걱정하지 마라. 당신을 미워하는 것은 그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인생 과제일 뿐 당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정말 걱정해야 할 문제는 항상 남에게 잘 보이려 애쓰느라 자칫하면 당신 자신을 미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서른이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에서 필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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