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작동 원리를 알면 두려움에 대응할 수 있다
공포가 엄습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뇌를 살펴봐야 한다. 이성과 잠재의식은 작업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성인의 뇌에는 대략 860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있다. 이를 뉴런이라고 부른다. 뉴런은 대략 100조 개 정도의 시냅스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하나의 뇌세포는 최소한 1000개의 다른 뇌세포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다. 이성은 1초당 최대 8개의 정보를 인식하며, 하나의 생각을 합리적으로 다듬어서 말로 표현하는데 평균 3초가 걸린다.
반면, 잠재의식은 뇌를 철저하게 이용한다. 가장 최근에 알려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잠재의식은 1초당 적어도 8만 개의 정보를 처리한다. 의식적인 작업을 하는 이성보다 그 처리속도가 만 배는 빠른 것이다. 바꿔 말해, 우리가 대단한 것처럼 말하는 이성보다 잠재의식이 만 배는 더 똑똑하다.
잠재의식은 슈퍼컴퓨터처럼 직관을 통해 우리가 처해 있는 현 상태를 분석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보내준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그만두는 게 더 나은지 충고해준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직관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이처럼 훌륭한 정보와는 반대되는 사실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사람에게 잠재의식은 경고 신호를 보낸다. 처음에는 가벼운 신호를 보내다가 필요하다 싶으면 보다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 이런 강력한 신호를 일컬어 “심인성 질환”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뇌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몇 초 만에 신체에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 해당 부위나 기관이 완벽하게 건강해도 상관없다.
당신의 잠재의식이 해결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들 가운데 하나는, 당신을 가능한 한 잘 보호하고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서 위험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잠재의식은 가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공황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잠재의식이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해주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공황은 우리 정신이 끔찍하고 심각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타나는 반응이다. 이제 당신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강렬한 신체적 반응이 왜 갑자기 나타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직관이 지르는 소리를 듣지 않으면 정신은 보다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게 마련이다.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강렬한 신체적인 반응을 만들어내 당신이 어떤 일에 대해 귀를 기울이거나 적어도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직관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무엇이 잠재의식이 내리는 결정이며, 무엇이 이성이 결정하는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 아주 분명한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직관은 절대 논쟁하지 않지만, 이성은 항상 논쟁한다.
예를 들어, 사장이 당신에게 오늘 야근하라고 말하면 머릿속에서는 즉각 이런 논쟁이 펼쳐진다. 이성은 이렇게 주장한다. ‘괜찮아, 이건 좋은 기회라고. 돈을 더 벌 수 있잖아’ 또는 ‘다른 직장을 알아봐도 별 볼 일 없어. 다른 고용주들이라고 해서 더 나을 것도 없거든.’
그런데 직관은 이렇게 말한다. ‘그만둬. 너는 쉴 필요가 있어!’ 직관은 쉴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주장할 뿐이다. 하지만 이성은 계속 반발한다. ‘너는 할 수 있어. 그러면 다음 주에는 이 일을 계속 하지 않아도 될 거야.’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야근을 했는데도 일이 잘 해결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떻게든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 남은 시간을 투입하게 된다. 이렇게 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당신의 정신은 휴식을 취하도록 직접 챙긴다. 이것은 흔히 질병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당신의 이성은 직관을 통해 말하는 잠재의식보다 절대로 똑똑할 수 없다. 이런 충고를 해주고 싶다. 직관과 반대되는 행동은 그만둬라. 직관은 가능한 한 당신을 잘 보호하고, 당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 손상을 입지 않도록 막아주려는 의도밖에 없다.
* 위 글은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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