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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준 Aug 23. 2019

함부로 자존감 탓부터 하면 절대 안되는 이유

우리가 타인의 생각에 연연해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있다

남에게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은 욕구는 끝이 없다. 그래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 모든 사람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하려 애쓰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 쓰다가 화나고 분노가 솟구치고 두려워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그런 안 좋은 감정들을 속으로 감추면서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됐다’ 또는 ‘난 이런 일을 당해도 싸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아무 잘못 없는 남편이나 연인, 자녀에게 화를 내거나 친구나 동료에게 못된 소리를 하며 분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결국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세상에 나 혼자뿐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출처: 셔터스톡

피상적인 문제에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다보면 의미 있는 진정한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 아니라 그렇게 된 이유를 들여다보면 자기 몸을 싫어하고,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도전을 거부하고, 남들한테 비난받을까 봐 과거와 삶의 경험을 숨기는 이유가 수치심 때문일 때가 많다.
수치심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가 잠깐은 해결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된 건 나 때문이야’라는 생각에 또다시 사로잡히고 만다. 예를 들어, 직장이나 학교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들킬까 봐 불안하다면 그건 정말로 실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네가 정말 잘난 줄 알지?’라고 물으며 스스로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자기비하 때문일 때가 더 많다. 수치심은 남들의 시선과 생각에 연연하게 만든다. 그래서 남들의 기대치에 맞추려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놓치게 된다.

출처: 셔터스톡


정말 개인의 자존감이 문제일까? 

오늘날 급속히 증가하는 폭력 현상과 마찬가지로, 수치심도 많은 사람에게서 자기방어와 놀이의 형태로 나타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 종교, 문화 토론이 욕설과 인신공격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아이를 기르고 가르치고 훈육할 때도 수치심을 이용한다. TV에서도 극한의 경쟁, 왕따, 공개적인 망신 등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이렇게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재미를 위해 수치심을 이용하면서 우리는 왜 세상이 이렇게 무시무시해졌는지, 왜 정치가 막말이 오가는 싸움판으로 변했는지, 왜 우리 아이들이 과거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는지, 왜 대중문화가 갈수록 저급해지는지, 왜 고독하고 외톨이가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지 모르겠다며 그 이유를 찾으려고 안달한다.
유행병에 대처할 때와 마찬가지로 수치심과 관련된 문제도 그 자체를 이해하고 보다 큰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자존심 같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린다.

출처: 셔터스톡


수치심과 자존감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수치심은 ‘느끼는 것’이고, 자존감은 ‘생각하는 것’이다. 자존감은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즉,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의 문제다. 반면에 수치심은 감정이다. 어떤 경험을 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관한 문제다. 수치심을 느끼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한 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깨닫지 못한다. 도와줄 사람 하나 없이 자기 혼자뿐이고, 자신의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되었고, 자신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뿐이다.
내 친구이자 동료인 매리앤 맨킨은 수치심과 자존감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존감에 대해 생각할 때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디서 왔고, 어떤 일을 겪었고, 무엇을 이뤘는가를 바탕으로 현재의 나를 돌아본다. 하지만 수치심을 느낄 때는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한없이 작아진다. 나의 다른 모습들은 보이지 않고 수치심을 일으키는 아주 작은 원인 한 가지만 보인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수치심을 일으키는 원인이 나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출처: 셔터스톡

수치심은 우리 입을 막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수치심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무심한 말이나 자존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 문화를 점점 더 분열시켜 갈등을 일으키고 파괴하는 모든 인간 행동과 관련이 있다. 누구나 남들보다 못나고, 돈도 없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에 괴로울 때가 있다. 이렇게 자신이 부족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의 경험담을 남들과 나누는 것이다. 물론 지금 우리 문화에서는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하려면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출처: 셔터스톡


세상이 강요하는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수치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책.


* 이 글은 <수치심 권하는 사회>에서 필사했습니다.

* 도서 보러 가기
http://bit.ly/2zi7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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