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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준 Aug 26. 2019

막다른 골목에서 성장을 불러들이는 초대장

인생은 본질적으로 스트레스가 많고, 불안은 생기기 마련이지만

눈앞의 두려움을 억누르면 막연한 불안이 온다


우리는 종종 둘을 한데 묶지만, 불안과 두려움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공식적 정의는 이렇다.

“두려움은 실제 또는 임박한 위협에 대한 감정적 대응인 반면, 불안은 미래의 위협에 대한 예상이다.”


불안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시험 직전처럼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는 일반적인 불안에서부터 공황발작처럼 심신이 쇠약해지는 불안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한편, 두려움은 미래의 사건들과 관련될 수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는 위협에 직면하는 그 순간에 나타나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두려움은 위협적인 상황에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내부 경보라고 생각하라. 도로에서 당신을 향해 질주하는 차를 보거나, 총소리로 의심되는 큰 소리가 들릴 때, 아이가 갑자기 길거리에 뛰어들어 브레이크를 세게 밟을 때 등 급박한 위험이 눈앞에 닥치면, 우리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사실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두려움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두려움을 억압하면, 정확히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어렴풋한 불안감이 자리를 잡는다.     



걱정은 머리로 생각하고, 불안은 몸으로 느낀다


불안은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또한 불안은 종종 걱정(Worry)과 혼용되기도 한다. 여기서 깜짝 퀴즈! 직장 면접을 앞두고 당신은 걱정이 되는가, 아니면 불안한가? 만약 당신이 천성적으로 걱정이 많다면, 자동적으로 당신이 불안하다는 뜻일까? 심리학자 가이 윈치(Guy Winch)가 몇 가지 유용한 특징으로 걱정과 불안을 구분했다. 걱정과 불안은 둘다 염려를 나타내지만, 우리가 이들 상태를 어떻게 경험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대체로 사람들은 특정한 문제(가령, 고지서 납부 마감이나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에 도착하는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고, 좀 더 막연하고 모호한 관심사(가령, 경제나 일반적인 여행)가 관련되면 불안해한다. 그 이유는 보통 걱정은 해결할 필요가 있는 문제처럼 여겨지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지금 청구서 금액의 절반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다음 달에 지불하겠다”거나 “길이 막힐 경우에 대비해 15분 더 일찍 공항으로 출발하겠다”고 반응할 수 있다. 

근거 없이 모호한 염려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불안이 생겨난다. 불안할 때 마음을 안정시키기가 더 어렵다. 걱정의 경우에는 일단 고지서를 납부하거나 다른 현명한 방법으로 걱정의 원인을 해결하면 염려하는 감정은 거기서 끝난다. 하지만 통제할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은 장기화되고 훨씬 더 첨예해질 수 있다. 관계든 건강이든 또는 업무와 관련된 문제이든 상관없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일상생활과 자신에게 집중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보통 걱정은 시간이 촉박한 다른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제쳐 둘 수 있지만, 불안은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기에 다른 일은 전혀 할 수 없다. 여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걱정은 대개 정신적인 것이어서 생각과 관련이 있는 반면, 불안은 신체적인 것이어서 몸 전체로 경험된다.     


건강한 불안!


불안이 마냥 나쁘기만 할까? 어느 정도의 불안은 실제로 좋은 것일 수도 있다. 불안이 심각한 스트레스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가끔 약간의 불안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는다.     

만약 당신이 자신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낯선 땅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그밖에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들 때, 약간의 불안감을 갖는 것은 정상이다. 이때의 불안은 실제로 당신이 기지개를 펴고 도전하고 있다는 신호다. 얼마나 성취할 수 있을지 당신을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불안은 내가 살아 있음을 의미하는 좋은 것이다.


실존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의 말을 빌리자면, 

“불안은 자유의 아찔함이다.”     

또한 면접을 보기 전이나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정신적으로 긴장하거나 육체적으로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불안은 조금 일찍 출발해서 발표할 요점을 미리미리 점검하라고 경고할 것이다. 파티나 야외 결혼식을 계획하는 경우에도, 지나치게 낙천적인 사람은 비가 올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 “한여름에 웬 비?”라면서. 이 경우에는 걱정과 불안의 기질을 가진 사람이 날씨가 바뀌면 천막을 세울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두기 때문에 더 믿음직하다.     


건강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다.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몇 년 동안 병원에 가지 않지만, 불안하지만 조심스러운 성격인 사람은 해마다 정기 검진을 잘 챙길지도 모른다. 계약서를 검토하기 위해 변호사가 필요할 때, 당신은 느긋하고 태평한 성격을 가진 변호사를 고용할텐가, 아니면 건강 염려증이 있는 기질을 발휘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하고 세부 사항까지 깊이 파고드는 변호사를 고용할 텐가? 건강한 불안, 다시 말해 마감 시간이나 가족의 비상사태를 처리할 때처럼 모두가 때때로 경험하는 유형의 불안감은 나타났다가도 상황이 해소되면 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 이 글은 <감정은 패턴이다>에서 필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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