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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다잠든 나무 Apr 19. 2024

꼰대의 눈

그러려니 하는 나무



© kkipras, 출처 Unsplash


아침엔 늘 바쁘다. 직장의 주차장까지 가는 동안에도 많은 일을 한다. 밤새 보내온 문자와 급한 메시지들을 확인하는 일도 가는 동안 차 안에서 하는 일이다. SNS의 새 소식을 확인하기도 한다. 또 하루 일정에 맞추어 급한 건 직접 통화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문자에 답장을 보내거나 서류를 확인하고 수정하기도 한다. 기분에 따라 음악을 듣기도 한다. 어떤 날은 쇼핑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운전을 하면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무엇이 그토록 멀티플레이어로 만들었는지 가끔은 무한 멍 때린다.


그렇게 30여 분을 운전하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를 한 후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말이다. 오늘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주차를 하고 후다닥 출입문을 들어가니 마침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있었다. 그 앞엔 한 남학생이 서있었다. 하지만 1층 카페에서 미리 주문한 커피를 찾아가지고 올라가야 했기에 열리는 엘리베이터를 봤지만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그 앞엔 사람이 있었기에 더더욱 그 엘리베이터는 내가 탈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미리 주문했기에 찾아만 가면 되는 것이어서 바로 커피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까 그 엘리베이터가 아직도 올라가지 않고 그대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 그 학생은 들어오는 인기척을 보고 엘리베이터를 붙잡고 있었던 것이리라. 이렇게 착한 학생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여 연신 고맙다고 이렇게 감사할 데가 있는가 하고 매너 좋은 웃음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그런데 분위기가 싸하다.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나에게 응답이 느리다. 나보다 먼저 내리면서  다시 좋은 하루 되라고 인사하는 나에게 그저 흘긋 얼굴을 돌리며 그저 살짝 귀찮은 미소만 보내고 내린다. 이게 뭐지? 의아해하면서 그를 보니 그 학생은 나를 기다려 엘리베이터를 붙잡고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던 최고의 귀차니즘이었던 거다. 그의 아침에 세수도 하지 않고 나온듯한 행색을 보니 손가락조차도 움직이기 싫어하는 고도의 귀차니즘이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자동으로 닫힐 때까지 그저 꼼짝하지 않고 있을 만큼 온몸이 늘어져 쳐져 있었던 것이다. 그 엘리베이터는 가야 할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하염없이 그대로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요즘 몇몇 20대들의 목적 없는 발걸음과 의욕 없는 제스처들을 목격하면서... 그래도 아침 첫 시간을 늦지 않게 움직여 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무엇이 저들의 시간을 저토록 재미없게 만들었을까. 그런데도 지각하지 않으려는 저 태도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언제쯤 그들의 시간에 생기가 들어가 매 순간이 소중해서 즐겁게 보내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 수 있을까. 언제나 지친 20대를 볼 때면 드는 생각이다. 저 안타까운 시간을 어찌해야 하나. 하지만 늘 그렇듯이 가까이 다가가 한마디를 건네는 오지라퍼 꼰대를 꾹꾹 누르고 애정 어린 기다림으로 일어나기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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