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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다잠든 나무 Apr 19. 2024

개 귀찮음

귀찮은 나무  



가족들은 하루 종일 나무를 부른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나무다. 여전히 온몸을 흔들여 사랑스러운 눈빛을 마구 발사하며 맨 처음 시선을 사로잡는다. 외출을 할 때도  다시 집에 들어와도 가장 먼저 만나는 게 흔들고 있는 나무다.


봄바람에 벚꽃 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휴일 자전거를 타고 나무와 함께 가족들은 벚꽃 길을 달린다. 그야말로 동화다. 다들 마냥 행복하다. 만개한 벚꽃은 바람만 스쳐도 우수수 꽃비를 흩날려 준다. 이를 본 나무는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으려는지 그곳으로 달려간다. 자전거로 달리는 우리들도 신남은 더할 나위 없다. 벚꽃에 흥이 난 우리들은 그저 달리고 자전거를 타고도 달리고 나무도 함께 달린다. 모두 행복한 봄 날이다.


한참을 그렇게 보내고는 모두들 녹초가 되어 차에 올랐다. 누군가 걸어가자고 한다거나 찡찡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은 지금 이 시간 모두 금기어다. 모두 지쳐서 차 안은 조용하다. 나무는 더 널브러져 버렸다. 이 차에 탄 가장 나이 많은 고령인지라 그 누구도 나무의 널브러진 것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집안에 들어가서는 발 씻고 신나게 타월 패드에 뒹굴면서 몸을 닦고 난 후 저녁을 만나게 먹었다.


그 이후로는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않는다. 오늘의 걸음 목표 달성이다. 여전히 가족들은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일단 불러본다. 


"나무야", "나무야"


언제나 "나무야"에 쪼르르 반응하던 나무다. 


그러나 지금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눈동자만 돌린다. 하면서 나무는 눈으로 발사한다. 


" 뭐냐, 용건만 말해라", "지금은 더 이상 요구하지 말아라"라고. 


깨갱해야지 뭐 별도리가 없다. 나무의 컨디션이 회복될 때까지 그저 나무 침대를 오며 가며 한 번씩 손으로 쓱 훑고 쓰다듬으며 지나갈 뿐이다. 

지금 나무는 개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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