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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다잠든 나무 Apr 19. 2024

초콜렛은 죄가 없다

황당한 나무

반려견이 초콜렛을 먹으면 안되는 이유

반려견을 들인 지 어언 8년이 넘었다. 아무런 준비도 아무런 생각도 없이 가까운 지인이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고 한 마리 가져가라는 부탁 아닌 부탁으로 한동안 시달리다 못해 마뜩잖은 듯 한 마리 집에 들어이고 말았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지금은 집안 1순위가 되어버린 나무가 얼마 전 일을 내고 말았다.


식탁의자를 긴 의자로 바꾸고 나서부터 가족 중 누가 의자에 앉으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는 모습이 예뻐서 내려 보내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다. 의자를 올라와 보니 식탁 위가 보인 것이다. 한 번도 식탁 위는 범접하지 않았던 녀석이 며칠 전엔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식탁 위에 달랑 놓인 초콜릿을 3알이나 까먹고 말았다. 아이들 탱탱볼 만한 크기의 알 초콜릿을 3개나 먹어버린 것이다.


한 개씩 개별 포장 되어있어 까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야무지게 까서 알맹이인 초콜릿만 먹고 껍질은 식탁 밑에 고스란히 널브러져 있었다. 아마도 식탁 밑 껍질을 못 보았더라면 초콜릿을 먹은 사실조차 몰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재에서 잠깐 일을 보고 나온 사이 이미 사건은 벌어지고 말았고, 반려견에게 초콜릿은 매우 위험하다는 걸 어렴풋이 들었던 터라 급히 인터넷을 뒤져 대응책을 알아보았다.

인터넷에서 알려준 대로 서둘러 강아지를 들고 근처 동물병원으로 달렸다. 그야말로 응급처치를 하기 위해 서둘러야 했다.  섭취 후 경과 시간이 중요한데 아직 몸에 흡수되기 전에 위에 있는 초콜릿을 빼내야 하니 서둘러 구토유발제로 몸속 초콜릿을 토하게 했다. 이후 조금이라도 몸속에 흡수되어 남아있을지 모르는 초콜릿 성분을 빼 내기 위해 링거를 맞고 소변으로 배출하게 하는 처치를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수액을 맞는 시간이 필요해서 7~8시간은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건 발생 시간 오전 9시 30분경, 병원응급실 도착 시간 9시 50분경, 처치 후 퇴원 시간 오후 7시.

아이고 하루 종일 병원에서 견뎌준 강아지 녀석도 고생했고, 아침부터 혼비백산 와당거린 주인장도 고생했고 안치러도 될 병원비와 시간도 와사삭 깨졌고..


한동안 녀석 간식은 금지다. 그러나 바로 저녁에 식구들이 들고 온 건 병원생활 고생한 녀석의 회복용 간식이라니.. 에구에구 견생이여, 아니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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