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는 참 부처가 있고 일상생활 속에는 참된 도가 있다
채근담, 前集_021. 화평한 기운에 부드러운 말씨로
집안에는 참 부처가 있고
일상생활 속에는 참된 도가 있다.
사람이 성실한 마음과 화평한 기운을 지니고
즐거운 얼굴과 부드러운 말씨로
부모 형제를 한 몸 같이 하여
마음과 뜻이 서로 통하게 되면
이는 조식(調息) 하고 참선하는 것보다
만 배나 나은 것이다.
家庭有個眞佛,
가정유개진불,
日用有種眞道.
일용유종진도.
人能誠心和氣,
인능성심화기,
愉色婉言,
유색완언,
使父母兄弟間, 形骸兩釋,
사부모형제간, 형해양석,
意氣交流,
의기교류,
勝於調息觀心
승어조식관심
萬倍矣.
만배의.
021.和氣婉言
021.화기완언
[차인 생각]
마음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을 공부하는 데 분주하다. 마음은 하나인데, 마음에 이르는 방법이 너무 많다. 몸이 하나인데 가야 할 곳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다. 청정한 마음이라는 것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바람 같은 것이라서 느낄 때도 있고, 아예 느낌조차 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 길에 마음을 뿌리고 있다. 여행이 그렇다. 어쩌면 인생도 길 위에 있고 여행 역시 길 위에 있기에 마음 역시 길 위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길 위에 있는 것들이라 갈피를 잡기 어렵고 붙잡아 매기 또한 쉽지 않다. 그러니 산다는 게 바람처럼 종횡으로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흘러 다니며 흩어졌다 다가섰다 느꼈다 사라졌다 한다. 이를 단정하게 불러들여 청결한 마음에 자리하고 그저 내 마음 늘 화평한 기운으로 가득하라고 한다. 화평한 기운에 부드러운 말씨로 평범해지라고 주문을 건다. 늘 바쁘다고 종알거리면 차 한 잔 마실 여유가 없다. 차 마실 여유가 없으니 마음을 들여다볼 틈도 없다. 무슨 일인가 싶어 살펴보면 별 일 아니다. 스스로 만든 마음에 이끌려 다니느라 몸이 고생하는 형국이다. 가만히 차를 마시며 숨을 고르고 내면을 관조하면 괜히 종종거리고 다닌 것이 드러난다. 먼 곳에서 찾지 않는다. 절간에만 마음이 있지 않다. 내가 생활하는 일상의 곳곳에 마음은 있다. 차 마시는 일도 그러했으면 싶다. 생활하는 모든 곳이 바르게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동선으로 가득하였으면 좋겠다. 식당과 술집만으로 이어지는 생활의 동선에 차 마실 수 있는 공간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일상의 평범한 생활에서 마음을 보다 가깝게 만날 수 있음이다. 마음가짐을 성심으로 하여 화기를 모으고, 그 화기는 얼굴로 나타나 즐거운 모습과 부드러운 말씨로 나타난다면, 마음공부하러 따로 여기저기 기웃댈 일 없다. 화평한 기운에 부드러운 말씨의 출현 빈도와 차 마시며 마음공부하는 빈도를 같은 축에 넣어 길을 걸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셈법이고 경제고 경영인 듯하다.
2011년 11월 17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