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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Nov 21. 2017

채근담 차인022, 머물고 잔잔한 마음속에 날고뛰는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구름 속의 번개나 바람 앞의 흔들리는 등불과

채근담-前集_022. 머물고 잔잔한 마음속에 날고뛰는 기상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구름 속의 번개나 바람 앞의 흔들리는 등불과 같다.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불 꺼진 재나 마른 나뭇가지와 같다. 

모름지기 사람은 멈춘 구름이나 잔잔한 물과 같은 경지에서도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노는 기상이 있어야 하나니

이것이 바로 도를 깨우친 사람의 마음이다. 

 

好動者, 雲電風燈.

호동자, 운전풍등.

嗜寂者, 死灰槁木.

기적자, 사회고목. 

須定雲止水中,

수정운지수중,

有鳶飛魚躍氣象,

유연비어약기상,

總是有道的心體.

총시유도적심체.

  

022.鳶飛魚躍

022.솔비어약

 

[차인 생각]   

젊다는 것은 동적인 활력이다.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막힘없다. 그래서 보기 시원하고 신선하다. 삶은 그렇게 되풀이된다. 이렇게 좋은 움직임을 옛사람들은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수시로 곳곳에 장치를 해두었다. 마음속에 잔잔하게 흐르는 물 같은 마음, 숨이 막히는 고요함 속에 나를 찾는 내면 여행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개했다. 실제로 그런 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회자되고 있다.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요해지라는 말을 거는 것이다. 사실 움직임 자체가 사람에게 살아 있음을 증명해주는 일일 텐데 왜 그리 고요해지라 건드리는가. 진화의 방향일 것이다. 움직임과 고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유전자로 작용하고 있다. 운전 풍등이라 말했다. 사방 움직이는 구름 속에 또 수시로 번개가 내리치니 이건 얼마나 번잡하고 분주한가. 시작도 모르고 방향도 알 수 없는 바람이 부는데 그 앞에 또 웬 등불이 흔들리고 있으니 이건 또 얼마나 엎친데 겹친 격인가. 이런 게 호동자라는 말이다. 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게 젊음이다. 그런데 고요하면 사회 고목이라 했다. 타다 남은 재와 마른 나무라는 말이다. 인생을 다 산 늙은이다. 생물학적으로 왕성한 젊은이를 그렇지 못한 늙은이를 대비시켜 뭔가 말을 만들고 있다. 고요한 여유로움 속에 힘찬 약동의 기상을 지니라는 말이다. 그 환장하도록 아름답고 눈물겹도록 신선한 젊음을 한꺼번에 태우지 말고 아껴 쓰라는 것이다. 그래야 도를 깨달은 사람이라는 게다. 도적 심체(道的心體)는 연비어약(鳶飛魚躍)이다. 도의 마음과 도의 실체는, 멈춰 있어 보이는 구름 속에서 솔개가 날고, 잔잔한 물 가운데에서 물고기가 펄펄 뛰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 커피를 좋아하고 차(전통차) 마시는 일에 등한히 하는 것도 이쯤에서 떠올려야 한다. 커피 등의 문화가 젊은이들의 동적인 생활패턴에 잘 맞기 때문이다. 인사동 오설록에 젊은이들이 차 한 잔 마시고자 줄을 서 있다. 나이 좀 들어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는 남녀가 함께 서있다. 이들은 왜 이곳에 서 있을까? 이미 관찰을 마친 차인은 이 현상을 두고 이렇게 체험만 하고 그다음이 차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2011년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 동안 커피 수입액은 5억 800만 달러였다. 오늘 날짜 환율로 계산하면 5천7백억이다. 커피 수입이 급증한 것은 국내 젊은이들에게 불어닥친 커피 열풍과 최근 3년간 51% 증가한 커피 전문점의 역할이 컸다. 보이차 신드롬을 거쳐 커피까지 꾸준한 이때,  대한민국의 차 산업은 어디에 서 있는가. 움직임이 큰 인류의 원형질을 고요함의 차 세계로 이끄는 콘텐츠는 없는가. 사회 고목(死灰槁木) 같은 고요함의 차 세계를 움직임이 큰 운전 풍등(雲電風燈)과 부딪치게 하여 고요함 속에 힘찬 활동의 상태를 체득하게 하는 콘텐츠가 차인에게서 나와야 한다.

   

2012년 02월 25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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