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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Nov 21. 2017

채근담 차인023, 감당할 수 있어 따르게 하라

남의 허물을 꾸짖을 때는 너무 엄하게 꾸짖지 말라

채근담-前集_023. 감당할 수 있어 따르게 하라  

 

남의 허물을 꾸짖을 때는

너무 엄하게 꾸짖지 말라.

그가 받아서

감당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사람을 선으로 가르치되

지나치게 고상함을 내세우지 말라.

그 사람이 듣고서

따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攻人之惡, 毋太嚴. 要思其堪受.

공인지악, 무태엄. 요사기감수.

敎人以善, 毋過高. 當使其可從.

교인이선, 무과고. 당사기가종. 

   

023.堪受可從

023.감수가종  

   

[차인 생각]   

짧지만 강한 울림이다. 아무리 좋은 차라고 말해도 마시는 사람에게서 '좋네요'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 왜 차를 내는 사람은 차가 좋은지를 말해야 하는가. 차를 내는 사람의 차는 늘 좋아야만 하는가. 시원찮은 차지만 버리기 아까우니 나눠마실 수도 있고, 음차 후 너무 자신에게 잘 맞아 권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감당할 수 없는 언행 앞에 놓이게 되면 차맛까지도 잃고 만다. 차에 대한 지식이 그렇게 중요한가. 차에는 호사의 저변이 흐른다. 차의 정신은 심오한 깨달음을 지향하지만 호사는 사람마다 다르다. 차는 마시고 음미하면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하여 내면의 나와 만나는 일이다. 구분과 식별과 편가름과 재편성, 그리고 다시 나누고 모으고 하는 비교의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차인은 차에 목말라하기보다 차 지식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차를 크게 분류하고, 거기서 또 더 세부로 나누고, 나눈 후 더 세세한 이야기까지 듣고 알려한다. 감당하지 못하니 가히 흉내도 어렵다. 내가 아는 것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나는 이렇게 차에 대하여 다가섰고 막혔을 때는 이러저러하게 풀어갔다. 가르치려 하지 말고 이르게 하게끔 안내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개인차를 극복하는 가르침은 따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따를 수 있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개별 상황에 맞게끔 수준별 진도가 가능하게끔 눈 밝게 인도해주는 것이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가르침의 이치는 감당할 수 있게끔 상황을 안내해 주는 일이다. 그래야 가히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판단을 늦추고 그 마음속에 들어가 심연의 고요가 출렁이는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어떤 계단은 가파르게 오르고, 어떤 계단은 폭넓은 계단참이 자주 나온다. 어떤 계단은 단높이가 낮고 어떤 계단은 단폭이 좁다. 사람마다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계단을 선택하고 자는 심사가 있다. 어떤 형태이며 어떻게 진행되는 계단이든 오르고 있는 그 자체에 대하여 서로 말하게 한다. 그렇게 서로의 눈높이를 맞춘다. 그래야 감수가종이라 할 수 있겠다.   


2012년 07월 23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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