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이 진실되면 여름에도 서리가 내릴 수 있고
채근담-前集_101. 거짓과 망령됨은 증오와 부끄러움이다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이 진실되면
여름에도 서리가 내릴 수 있고
운만 띄워도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으며
쇠와 돌도 뚫을 수 있다.
거짓되고 망령된 사람은
형체만 헛되어 사람의 모습을 갖추었을 뿐
참모습은 이미 망해 사라졌으므로
사람을 대하면 얼굴도 증오하게 되고,
혼자 있을 때는
제 모습과 그림자에 스스로 부끄러워진다.
人心一眞,便霜可飛
인심일진, 변상가비,
城可隕 金石可貫。
성가운, 금석가관.
若僞妄之人,形骸徒具,
약위망지인, 형해도구,
眞宰已亡,
진재이망.
對人則面目可憎,
대인즉면목가증,
獨居則形影自愧 。
독거즉형영자괴
101.僞妄憎愧
101.위망증괴
[차인 생각]
채근담으로 차인 생각을 풀어내는 일을 4년 만에 잇는다. 순서대로 나가야 하는데, 훌쩍 뛰어넘었다. 거짓과 망령으로 치달리고 말도 안 되는 구태로 난국이다. 어째 아무 제동 장치 없이 여기까지 흘러 왔을까. 제도이고 시스템이 국가이다. 이렇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동안 그 제도와 시스템은 침묵하고 동조하고 스스로의 이로움만 챙겼을까. 그야말로 취급만 받던 시민의 총체적 궐기 외에는 아무 방법이 없었을까. 단말마처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 소리는 과연 소수자였을까. 깨어 있는 생각과 미래를 챙기는 지성은 지하에 갇히고 몽매한 구조적 기획만 난무했던 것이다. 겉모양만 사람의 형체를 하여 그럴싸하지 자신의 참모습을 주관하는 정신은 이미 오간데 없다. 차를 마시는 차인에게 가장 소중한 덕목이라면 차를 대하는 진심일 것이다. 차 자체에 대한 진심에서 출발한다. 차를 마시는 찻자리나 사람은 부차적인 것이다. 오죽하면 혼자 마시는 찻자리를 가장 높게 여겼을까. 진심의 향방을 곧게 챙겨 보는 일이 차 마시는 일이다. 차 마시는 일은 곱게 늙는 길로 접어드는 일이다. 거기에 젊어지려고 예뻐지려고 하는 위망(僞妄)은 스스로에게 증괴(憎愧)라는 괴물을 선물하는 일이다. 어쩌다 세상 가득 괴물 천지가 되었는가. 자신의 참모습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괴물이 나타난다.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괴물은 거짓되고 망령된 꼭두각시를 반드시 찾아 나선다. 차를 마시면서 스스로 되돌아본다. 차에 대한 진심을 바라보는 일은 늙고 사라지는 일을 받아들이는 일과 행로를 함께 한다.
2016년 12월 01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