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이 심하고 거만하여 어그러지는 것은
채근담-前集_025. 망령된 마음을 청소하고 없애야 참된 마음이 나타난다.
자랑이 심하고 거만하여 어그러지는 것은
객기 아닌 것이 없다.
객기 상태를 항복시킨 뒤에야
바른 기운인 정기신이 나타난다.
마음의 온갖 욕망과 의식은
허망하게 분별하는 마음에 속할 뿐이다.
망령된 마음을 청소하고 없애야
참된 마음이 나타난다.
矜高妄傲 無非客氣,
긍고망오 무비객기,
降伏得客氣下 而後正氣伸.
항복득객기하 이후정기신.
情欲意識 盡屬妄心,
정욕의식 진속망심,
消殺得妄心盡 而後眞心現.
소살득망심진 이후진심현.
025.소살망심
025.消殺妄心
[차인 생각]
노변정담이라고 했다. 화롯불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어쩌면 사람은 둘러앉아 노닥거리면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었다. 지혜가 전수되고 삶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반짝이는 생각과 노련한 삶이 거기에 녹아든다. 노변정담에서 자기 자랑에 빠질 수는 없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배려가 있을 뿐이다. 차를 곁들인다면 한층 더 입을 달게 하여 부드럽게 작용한다. 자신의 취향으로만 선택하지 않는다. 보살피려 이리저리 마음 쓰는 일이 그래서 정담이 된다. 뽐내는 사람은 자체적으로 정화된다. 격정적이어 가라앉지 않았다면 조금만 화롯불에 불을 피워 얼굴을 벌겋게 달아오르게 하면 된다. 바른 정기신이란 수련이다. 수행의 과정이다. 화두를 놓치지 않고 붙잡는다. 정기신을 만나고 수긍할 수 있는 마음을 키운다. 분별은 탐내고 집착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내가 알고 있는 생각과 의식에서 가리는 게 생긴다. 이를 붙잡아 매야 한다. 청소하고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허망한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끈질긴 시선이다. 내 안에 허망함이 어디까지 뻗어 있을까를 생각해내고 쓸고 닦아내는 일이다. 차인의 마음으로 가능하다. 차를 마시면서 내 안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보탬인가. 차는 정신을 맑게 하고 말과 행동이 어그러지지 않게 하는 힘을 지녔다. 그것을 내가 취할 뿐이다. 참된 마음을 들여다보려 애쓰는 일은 우물을 퍼올려 청소하는 일처럼 고되다. 고된 과정이 있기에 정기를 키우는 일도 가능하다.
2017년 12월 11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