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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Dec 12. 2017

채근담 차인026, 일을 시작할 때

일을 시작할 때 나중의 후회를 미리 생각하여 어리석음과 미혹을 깨우쳐라

채근담-前集_026. 일을 시작할 때 나중의 후회를 미리 생각하라


속이 꽉 차도록 배부른 뒤에 맛에 대하여 생각한다는 것은

진하다 맛이 좋다와 싱겁고 담백하다의 경계조차 대개 소멸된다.

방사 후에 음사를 생각한다는 것은

남녀를 구별하는 일조차 진절머리 나듯 끊어지고 다 없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이

사후에 잘못을 뉘우치고 깨달음에 이르는 것보다

일을 시작할 때 나중의 어리석음과 미혹함을 깨트린다면

성품이 바로잡혀

바르지 않은 행동은 없게 된다.


飽後思味

포후사미

則濃淡之境 都消 

즉능담지경 도소

色後思婬 

색후사음

則男女之見  盡絶

즉남녀지견  진절 

故 人常以事後之悔悟 

고 인사이사후지회오

破臨事之癡迷 

파림사지치미

則性定而動無不正

즉성도이동무부정 


026.임사치미

026.臨事癡迷


[차인 생각]

일에 임하매 어리석음과 미혹을 사전에 경계하라는 말이다. 사후에 후회하고 분석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기에 임사치미라는 말이 생겼을까. 치미라는 말이 기막히다. 지금까지 뜻도 모르고 치병 중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 치병痴病이란 말이 어리석어서 만들어 내는 병을 말함을 알게 된다. 곧 술병 임도 눈치챈다. 어리석음을 알면서, 뻔하게 겪으면서 또 어리석음으로 기어들어가는 게 인정이다. 갖은 핑계와 명분이 어리석음을 향한다. 기왕이면 어리석어도 괜찮은 취향으로 선회하는 것도 괜찮겠다. 차를 마시는 동안 비싸고 귀한 호사를 만나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손쉽게 접하고 자주 음차 할 수 있는 내 고유의 차가 있다는 것이 차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한다. 덖음 없이 비비고 아랫목에서 띄운 차, 방식은 반발효차에 닿아 있고, 혹은 황차로, 잭살차, 고뿔차, 달빛차, 발효차 등으로 불리는 차다. 구수하고 발효의 묘미도 괜찮은 그래서 자주 마셔도,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가리지 않아도 되는 차다. 황차라 부르는 것은 중국의 6대 차 분류에 비출 때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잭살차는? 작설의 사투리일 뿐, 그게 무슨 큰 의미부여가 있을까. 차라리 고뿔차가 좋겠다. 옛사람들이 좋은 녹차는 팔고, 그리고 남은 차로 아랫목에 띄워서 끓여서 감기 기운을 다스리거나 몸이 으스스할 때 집안 상비약처럼 마셨다는 그 고뿔차라는 말이 꽤 좋은 표현일 것이다. 카페인 적어 밤중에 마셔도 좋다 해서 달빛차라고 부른다는데, 이 또한 억지스럽다. 또 누구는 뜬차라고 부른다. 그러나 할머니들이 손자, 손녀에게 귀하여 끓여 마시며 자손을 유지하고 집안의 풍요와 평화를 갈구하였던 고뿔차라는 말은 매우 실생활에 깊숙이 닿아 있어서 좋다. 오늘부터 나는 지금까지의 황차라는 말을 버리고 '고뿔차'라는 말로 내가 마시는 차를 고집스럽게 부를 참이다.


2017년 12월 12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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