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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Nov 26. 2017

바람에 떠밀리는 낙엽

턱진 곳에 잠시 머물다가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다시

바람이 분다.

떠밀릴대로 와 있건만 멈출 수 없다.

누가 知止라고 했을까.

아는 것만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

고요히 머물다가도 바람의 방향만 틀어져도 다시 떠난다.

어느 것도 곱지 않다.

턱진 경계석에 몰려 있다가

낮은 관목 아랫가지로 움크러 들기도 한다.

어디가 춥고 따뜻한지는 따지지 않는다.

어쩌면 나무 숲과 관목더미로 스며드는 게 아름다운 행보이리라.

을씨년스럽게 바삭인다.

공원같은 교정이다.

온통 낙엽 구르는 소리로 왁자하다.

간혹 사람의 목소리 그 숲 사이를 넘어온다.

쉬었다가는 또 몰려든다.

여전히 바람의 행로이다.

바싹말라 부숴질 때까지

낙엽은 이리저리 구르며 소리지를테다.

소리가 작아지고 몸집이 아삭해질 때까지.

세상의 흔적에서 지워질 때까지.

신록으로 새잎이 돋아날 때쯤에야.

바람은 살아있는 것들을 양육하려 바빠질 것이다.

사방 흩어진 을씨년스러움과 맞닥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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