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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Dec 01. 2017

바람의 문신

자작나무

거침없이 콸콸대며
쏟아내는 빗줄기에 바람이 놀라
곁에 임박하여도 가누지 못하는 휘청거림
외마디 바람의 소리는 또 어떠했을지
사내의 허연 뼈마디를 헤베며 겨냥하는
자작나무는 아무것도 지우지 않았다


세파에 거꾸로 매달린 생김새라고
자작나무 앞에 서성대던 사내에게
터질 듯 가득 찬 흰 줄기만으로는 무력하다고
끝까지 사내를 머쓱하게 하는
한여름 썩 깊은 계곡의 물소리
소신공양의 흰 골격 사이로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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