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잠화
옥비녀 꽃, 옥잠화
달밤에 이 흰 꽃
더욱 처연해
처연함도 목매도록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 준 셈
규방의 부인들은 옥잠화를 심고 가꾸며
달빛 밝은 날
담장 아래
선녀가 되는 환상을 지녔을까
뭉툭 하얗게 피어
비녀처럼 고개를 내밀다 달빛에 부서져
어느새 선녀의 날개를 닮아 시치미
찢어진 비녀 치맛자락처럼 흩날리고
넓디넓은 옥잠화 잎으로
굵은 잎맥을 따라 염원을 모으고 있다
그저 잘 생긴 옥비녀 하나 달빛에 훤하라고
나를 버려 존재를 비추어낸다
옥잠화에게 잎은 잘 만들어진 비단 주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