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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Apr 04. 2018

생산, 접점, 제안

처음부터 제안이었고, 사람에 대한 이해였지

수업연구와 자기 연찬과 지적인 탐구로 일궈낸 시절

이 있었다. 자기 연민과 반성과 희망을 다발로 엮어서 풀어낸다. 보따리에 가득 찬 것은 함께 나누어야 할 지적 산물이었고, 이렇게 훈연되듯 서서히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었다. 이때의 교사는 생산자로서 끊임없이 뭔가를, 그것이 생산적이어야 하는, 그런 상황과 분위기를  만들어내 제공하는 역할이다. 심지어는 유인물이라도 만들어 나눠줘야 하는 건 당연하다. 참고할 책이나 정보 습득의 여건이 낙후되어 학교와 교사에게 의존해야만 하였다. 이런 '생산의 시대'를 퍼스트 스테이지라고 할 수 있겠다. 배고프니 주는 대로 먹어야 했다.


정보가 쏟아지고, 인터넷 환경에서 모바일로

세상의 모든 것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다. 잡으면 내 것이고, 놓친 것은 놓친 것이다.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를 학생에게 어떻게 정련하게 만들어 줄 것인가.  교과서와 새로운 교수 학습 방법을 연구하여 다가서게 된다. 이런 폭발적인 지식 생산의 시대에 교사는 과연 학생과 어떤 지점에서 만나야 하는가. 대체 학생은 어떤 내용에 빠져 들어야 하는가. 숱하게 많은 것 중에서 취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망설이게 된다. 뭔가를 잡아야 한다. 그래서 '접점의 시대'가 열린다. 교사는 학생에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최근 유행하는 협동학습이나 거꾸로 학습 등이 그러한 접점의 시대에 출현한 학습 지도 방법이 된다. 서말의 구슬도 꿰어야 보물이 되는 시대이다. 이 '접점의 시대'를 세컨드 스테이지라고 부른다.


생산에서 접점으로, 접점에서 제안으로

크게 선회한다. 교육 현장의 새로움은 써드 스테이지로 변화되었다. 어쩌면 최근 10여 년의 나 스스로 행한 교육 행태가 바로 이 '제안의 시대'에 걸맞은 써드 스테이지 교육이었다. 뒤로 돌아서니 아이들이 거기 있었다. 매진하였다. 동아리 활동을 통하여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왕창 늘렸다. 함께 살았다. 1년에 1,000시간 이상 함께 지냈다. 학생의 인성을 시작으로 실력과 지식과 근성과 몰입, 끈기, 집중의 정도를 매기면서 수시로 상담하고 이끌었다. 그것이 학생 개개인에 맞는 '제안'의 교육이었다. 학부형과도 소통하였다. 모든 게 뭉쳐져야 나의 제안이 빛을 내는 것이었다. 학생의 진로 개척과 교사의 '제안'이 만나는 지점이다. 제안의 교수 학습법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끊임없이 학생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소통할 수 있는 과제 활동과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하여 호흡을 조절하면서 진행하여야 한다. 학생이 교사의 제안을 수시로 조정할 정도까지 가야 한다.


써드 스테이지에서 만나는 '제안'의 교육은

학생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여 주는 일이다. 조경이라는 전공을 통하여 교과서만으로 마치는 게 아니다. 조경 문화의 접근도 가능하다. 정원 가꾸기의 철학적 관점도 있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도 그중 하나다. 책 한 권이 아니라, 조경과 관계된 수없이 많은 일상에서의 문화를 제공한다. 나무 열매, 차를 마시는 일, 답사를 통하여 얻게 되는 소소한 깨달음의 즐거움까지도 제시한다. 이 모든 것이 조경임을 알게 한다. 교과서 몇 권으로 끝나는 교육은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는 교육이 아니다. 제안은 학생 개개인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에 놓여 있다. 그래야 제안은 빛난다.  학생과 동떨어질 수 없다. 학생의 일상에서 반짝거리는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를 확장시킬 수 있는 제안을 위하여 교사 스스로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해야 한다. 조경이라는 교과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서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두 개의 진실이 만나는 지점은 공통의 관심이고, 그래서 제안이 자리 잡을 수 있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 자본론'에 기대어 32년의 조경 교사, 교실 현장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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