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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Apr 02. 2018

들차 가방에서 만나다.

가끔 끄집어내서 정리하다 보면 새롭다.

들차 가방을 꺼내서 정리한다.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정리하는 습관에서 시작되었다. 정리 다발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을 몰랐다.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새로운 차도구가 정리되어 수납된다. 그 수납된 도구를 끄집에 내지 못한 채 필요에 의해 다시 정리되는 수납 형태가 비롯된다. 오늘은 두 개의 수납 상태를 하나로 합치는 일을 서둘렀다.


여기저기 수납되지 못한 중생만큼

수납된 채 가두어진 뭇것들의 상태도 위중하다. 누군가는 어딘가에 있으니까 걱정할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까마득하다.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의 차이다. 때로는 가까이 늘 보이는 곳에 처하다, 캐비닛 한가운데 철제로 가려진 채 지내기도 한다. 손에 익은 도구들로 하루가 꽉 차는데, 개켜진 차도구까지 들춰내기는 쉽지 않다.


보이는 것과 감취진 것들의 순환

은 적막과 환희의 일상의 줄을 바꾸는 게다. 일부를 집어넣고 일부는 꺼내는 일이다. 다시 햇빛에 반짝이는 빛남이 뭐라고 말을 하려는 듯 생동이다. 파도칠 때 서핑하듯, 나온 김에 고뿔 차와 구색을 맞춰본다. 차호와 숙우가 어둡듯 수줍은 채 반짝인다. 차맛 또한 그러하다. 수줍듯 개운하다. 잠시 비운 사이 투덜대었다는 반증이다.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 그래야 살아낸다.


오동나무 차 수납통을 뒤집어 낸다.

여기서 차를 옹기 항아리에 넣는다. 한결 손에 가깝다. 수시로 항아리 뚜껑을 열고 그 안에서 꺼낼 차들이다. 오래되었지만 뜯지 않은 것들의 소환이다. 순환이기도 하다. 막힌 것을 풀어주는 유일의 방법이 순환이다. 스스로의 힘에 조금의 물길을 열어 주는 것이 숨통을 트여주는 것과 같다. 취향도 때로는 인위적인 손길을 찾는다. 이름을 불러줄 때 꽃도 웃듯이, 둘러싸인 차 역시 불러내 함께 할 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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