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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Jun 08. 2018

표일하다는 말로 살더니

구애됨 없이 활달하다는 삶이 다다르는

거침없이 사는 일이 뭐라고

좀 심하기는 했다. 가진 거 없이 살아도 거침없이 활달하고자  했다. 어딘가에 매이거나 걸치지 않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닦달했다. 차 생활의 많은 부분도 실사구시의 입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곱고 귀한 것보다는 투박하여도 쓰임에 놓임을 한끗 더 추켰다. 대신 다가서는 것들에 되는대로의 입장을 유지하는 게 맑아서 좋았다.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표명한다. 그래야 표일한 삶이라고 여겼다. 결과는 없다. 되돌릴 수도 회한일 수도 없는, 적시될 수 없는 과정을 이어왔다. 그래서 온전히 지금의 나를 이룬 것이다.


그곳이 어디라고 못박아 말할 수 없다.

아직도 여행 중이다. 몸담았던 껍데기에서 발을 빼고 있다. 어찌 여기까지 와 있는지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은 되돌아 볼 수도 없다. 진력을 다하여 한 삶을 엮었건만, 어쩌다 보니였다니. 곧잘 중얼댔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말한다. 그게 다다. 이쯤에서 또 어쩌다 보니의 세계를 탐험하려 한다. 그래서 다행이다. 별거 아닌, 차 생활 하나를 곁에 두었다는 사실로 퉁친다. 이만하면 더하고 덜할 게 없이 충분한 호사라고 여긴다. 혼자 차를 우려서 마시는 동안의 사색만으로 어쩌다는 모두 그럴싸한 입장을 지닌다.


짜고 싱거운 날씨 만큼이나 변덕이다.

차도 짜고 싱거운 날을 받는다. 사람도 끌리거나 떠밀리는 자장을 지녔다. 오랜만에 혼자 차를 우리면서 차의 기운에 정화된다. 올해 만들 차의 수매가 끝났다 전한다. 거래하던 차농가도 매실 따느라 찻잎을 따기 어렵다고 한다. 다른 선을  연결하려는 마음이 커진다. 그냥 해를 넘기기에는 아쉽다. 남다른 의미로 남을 차가 될터인데, 무심했다. 여기저기 숨 막혀 터지더니 그예 사단처럼 허방다리를 마주한다. 그래도 한 인연이 차의 생활로 접어드는 것을 보고는 흐믓했다. 어느 순간 정지된 차의 풍경이 공중에 떠다닐 것이다. 붙잡아 둘 것 하나 없는 6주 남은 시공간을 오늘부터 세고 있을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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