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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Jun 19. 2018

녹색의 어린가지에서 숨김없이 드러내는 나무

1. 고개 숙여 친밀한 정감-01영춘화

1. 고개 숙여 친밀한 정감-01영춘화
녹색의 어린가지에서 숨김없이 드러내는 나무

봄을 영접하다


봄의 실체를 먼저 만나는 방법


영춘화 화분을 하나 구했다

꺾꽂이 번식을 위하여 어미나무로 가져왔다

일단 집에 와서 거실에 두니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이 꿈틀댄다

영춘화는 한자로 迎春花이다

봄을 맞이하며 환영하는 꽃이다

모리스풍년화, 풍년화, 생강나무, 산수유, 개나리 등 

꽤 많은 나무들이 봄의 전령사로 이름 불리지만 

영춘화는 아예 봄을 노골적으로 이름에 넣고

내가 너를 따뜻하게 환영하며 맞이한다고 

봄의 실체를 명찰로 달고 있다


꽃은 노란색의 통꽃이며 각 마디에 마주 달린다.

어린가지는 녹색이고 네모나다


꽃은 잎보다 먼저 피고 노란색의 통꽃이며 각 마디에 마주 달린다. 이른 봄에 피는 개나리와 꽃이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꽃이 피는 어린가지는 녹색이고 네모진다. 보통 능선稜線이라고 부르는데, 모가 난 선으로 이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개나리가 4갈래로 갈라진 통꽃이라서 골든 벨(Golden bell, 황금종)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영춘화는 6갈래로 갈라져 수평으로 퍼지는 넓은 깔때기 모양이다. 만리화 역시 노란색 꽃을 피우는데, 4갈래로 갈라져 뒤로 젖혀진다. 전체 수형을 보면 가지가 많이 갈라져서 옆으로 퍼지고 위에서 밑으로 처지는 성질이 있어 땅에 닿은 곳에서 뿌리가 또 내린다. 잎은 마주나게 달리고 3출엽이다. 가운데 달리는 작은잎이 측면에 달리는 작은잎보다 큰편이다. 끝은 바늘처럼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이것이 일반적인 영춘화에 대한 식물학적 정보다.


1월 27일 즈음한 영춘화 분재, 어린 가지는 네모지고 녹색이며 털이 없다.


재스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나 향기가 없다


영춘화의 학명은 Jasminum nudiflorum  Lindl.이고, 영명은 Winter  Jasmine이다. 학명이나 영명에서 재스민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향기가 없다. 포항에서 분재를 취미로 하는 매형에게서 얻어 온 화분이 거실에  앉자마자 꽃눈이 터지려고 한다. 첫 번째 찍은 사진의 날짜가 2009년 1월 27일 09시 54분이었다. 꽃눈이 제법 붉은 빛이 돈다. 아직은 이 꽃눈에서 노란색 꽃을 느끼기는 이르다. 그러다가 다시 이틀 후에 사진을 찍었다. 어린가지는 녹색으로 사각이고, 오래된 가지는 회갈색이었다.

2009년 1월 29일 출근 전에 07시, 07시 03분에 찍은 사진이다. 이미 노란색 꽃망울이 장하게 비집고 몸을 틀고 있다. 내일쯤은 꽃이 핀 사진을 얻을 수 있을 정도다. 1986년 9월에 이천에 있을 때 이 나무와 만났으니 꽤 오래된 친구다. 그때 밭에 삽목하여 숱하게 심어져 있었다. 아마 분재 소재로 이용되는 나무였고, 실제로 지금도 분재 소재로 만들어져 봄 한 철 사람들의 봄맞이 기분을 들뜨게 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것을 보듯이 생명력이 매우 강한 나무이다. 전년도 신초에서 꽃눈이 형성되어 이듬해 봄에 개화한다. 붉은빛의 꽃눈을 싸고 있던 껍질을 툭 치며 달려 나온다.


1월 29일 즈음한 영춘화 분재, 꽃은 양성화이고 지난해 가지의 잎겨드랑이에 노란색으로 1개씩 핀다.


경사지 피복 조경용으로 적합한 용도


조경용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거의 지피식물로 이용할 수 있겠다. 약간 높은 지피식물이 되겠다. 하지만, 가지가 땅에 닿으면 곧바로 다시 뿌리를 내리므로 지면을 피복하는 데에는 적당하고 성질이 강건하다. 이른 봄에 노란색 영춘화 꽃이 집단으로 피었다면 얼마나 장관일까. 그렇게 군식으로 식재해야 할 나무이다. 삽목이 잘되므로 전년도 가지 삽목을 봄에 하거나, 여름에 새로 나온 녹지와 전년도 가지를 함께 붙여 삽목하는 방법도 있다. 큰 시설이 필요한 게 아니고, 노지에 직접 삽목하여도 번식이 잘된다.  


영춘화 소재 개발의 유용성


이러한 좋은 소재를 재배하지 않는 것은 직접 조경용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거나, 조경 식재 환경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재가 관목이다 보니 기르다가 많아지고 팔리지 않으면 다른 나무로 대체하기 위하여 버려지기까지 한다. 고집스럽게 영춘화를 다양한 품종으로 개발하여 영춘화의 꽃 피는 기간을 늘릴 수 있고, 제대로 많은 양을 매년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으면 영춘화를 특화하여 창업도 가능할 것이다.


영춘화를 조경용으로 식재할 때에는 경사지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춘화의 꽃망울, 이제 시작이다


2009년 1월 31일 순천을 떠나기 위해 나서는데, 한 송이 꽃이 살포시 피어 나를 봐달라고 애틋하게 손짓한다. 꽃은 피었고, 꽃봉오리는 피려고 부풀어 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저렇게 피려고 부풀어 있는 저런 상태에서 아름답다. 『주역』에서 말하는 건乾의 네가지 원리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원의 모습이 저 꽃봉오리를 닮았다. 원형이정은 사물의 근본 원리로 ‘원元은 크고 으뜸, 형亨은 발전하며 통하는 것, 이利는 얻음, 정貞은 동하지 않고 굳게 지킴’을 뜻한다. 또 ‘원’은 만물의 처음으로 봄에 속하고 인을 뜻하며, ‘형’은 만물의 성장으로 여름에 속하며 예의를 뜻하고, ‘이’는 만물의 이룸으로 가을에 속하며 옳음을 뜻하고, ‘정’은 만물의 완성으로 겨울에 속하며 지혜를 뜻한다고 괘효사卦爻辭에서 설명한다.


1월 31일 즈음한 영춘화 분재, 실내


외출 후 궁금해지는 영춘화의 꽃


2009년 2월 1일 순천만의 갈대밭을 뒤로 하고 진주를 들른 다음 김천 직지사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언뜻 영춘화를 생각했다. 긴 시간 돌아오면서 비몽사몽 몸이 쳐지고 긴장이 허물어지곤 했다. 다녀와 동기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문자를 보내 놓고는 곧바로 사진기를 찾았다. 순천만에서 필요했던 사진기를 이제야 챙겼다. 순천만의 겨울 사진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외출 하루 만에 가득 피어 있는 영춘화를 만났다. 내가 영춘화를 영접하고 있었다.


2월 1일 즈음한 영춘화 분재, 화관은 넓은 깔때기 모양이고 갈라져 수평으로 퍼진다. 갈래조각은 도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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