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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Feb 12. 2020

긴압 후발효 황차와 만나다

무애산방의 벽아황

한국 무애산방의 벽아황 후발효 황차

차를 마시는 일도 부지런함을 미덕으로 지녀야 하는데, 만드는 제다야 말해 뭐할까. 늘 무애산방의 제다 소식을 접하다가 이번에 벽아황 제다 긴압한 것을 바로 신청하여 도착하였다. 400g짜리 긴압차여서 큰 통을 가져와 절편을 파쇄하면서 담았다. 자주 가까이 두고 음차 하기 위함이다.

몇 년 발효 후에 깊은 맛을 느껴보면 좋겠지만, 바로 음차 하여야 하므로 쪼개서 담았다.

겨울 지나 여름까지 한 계절 능히 즐길만하겠다. 열심히 담아 놓고 물을 올려 끓이면서 새로운 황차 차호를 꺼낸다. 이 차는 이제부터 벽아황을 우려 마시는 일에 소용되게끔 결정한다. 예전에도 황차를 우리던 정호요의 임만제 작품의 차호였는데, 최근의 황차는 안시성 옹기 제품의 투박하고 넉넉한 차호를 사용하고 있어서 쉬고 있는 중이었다. 우려낸 차의 첫맛은 매우 맑다는 느낌이었다. 우려낸 차 색깔도 맑았다. 내가 제다한 황차는 묵직한 질감을 가진 차로 오히려 홍차의 색감을 지녔는데, 벽아황은 맑은 황차의 색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내포성이 10회 이상이라는 하였는데, 색상은 변함없이 표현된다. 5회, 6회 정도에서 단맛이 많아지는 게 차에서 우러난 아미노산 성분이 주효한 셈이다. 황차의 색상을 즐기기 위해 일부러 흰 찻잔을 골라 음차 하였다. 유리 숙우에 담긴 차의 색상과 찻잔에 담긴 차, 그리고 목 넘김의 단맛의 색상까지 일치한다. 여러 번 우리는 동안에도 황차의 기운이 유지된다. 점점 더 시간을 지나면서 발효되면 깊은 맛이 보장될 것이다. 여유가 있으면 미리 더 구하여 시간과 함께 발효의 세월을 느껴보고 싶다. 절판되었다니 더 물어보기도 그렇다. 발효를 기다릴 수 없이 동시에 음차 하는 수밖에 없겠다. 내포성이 좋다는 것은 제다 과정을 빠짐없이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어느 한 단계만 소홀히 하여도 긴장이 무너지는 게 제다 결과인데, 팽팽한 차의 기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국차 종류도 많고 접하기도 수월하지만 오히려 국내 차를 제대로 알고 만나기가 더 어렵다. 그런 와중에 무애산방의 벽아황 황차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좋은 차는 차인이 먼저 안다. 꾸준히 좋은 차가 만들어질 무애산방을 주목한다.

벽아황을 우려 흰 찻잔에 담았다. 색상 자체가 맑다. 맛 또한 맑은 기운 투성이다. 단맛 또한 일품이다.
5g 정도를 측정하여 첫 번째 음차에 든다. 찻잎 줄기가 거칠게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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