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만 쳐다보지 않는 수평적 성장은 수용의 미학이다.

시선이 머물 수밖에 없는 풍요로움의 나무

by 온형근

층이 지는 세상의 단정함이 멀리서도 한 눈에 보여


층이 지는 세상이다. 살아가는 방식이 부의 집중 정도에 따라 판이하게 차이가 난다. 다락방 정도의 층수에서도 멀리 내다보며 꿈을 키우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파트 층수에 따라 사람도 달리 보인다고 한다. 경제적 지표에 따라 층층별로 세상살이가 층이 진다. 같은 자전거를 타고 즐겨도 그 세계에는 부의 배치에 따른 층이 있다. 취미 생활과 문화 생활 모두 누리고 즐기는 것이겠지만, 분명한 보이지 않는 위계가 부의 정도에 따라 나누어져 있다. 층이 진다는 것은 층층별로 서로 별개의 세계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층층나무는 모두 층이 진다. 층층나무의 뚜렷한 층은 살아가기 편하게 가지의 각도를 유지하고 개체를 보존하면서 진화하였다. 바람과 햇빛과 빗물에 의해 자신의 모양을 적응시켜 온 것이다.

층층나무01.jpg 산중턱 이상의 북사면에 잘 자라며 원줄기에서 층층으로 바퀴살 모양으로 수평으로 수형을 만든다

시선이 머물 수밖에 없는 풍요로움의 나무


봄이 지나고 여름의 길목에서 만나는

층층나무는 나무의 모양이 꽤나 인상적이다

버스를 타고 창문을 열고 여행을 하다보면

숲 가장자리 녹음 사이에

층층마다 흰꽃을 피우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나무가 있다

나무를 모르는 사람도


"산자락에 하얗게 뭉게 구름처럼

몽실몽실 환하게 핀 온통 흰,

저 나무는 뭘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그게 층층나무다.

당장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고개가 꺾일 때까지 바라보는 이끌림이다


층층나무는 5월부터 6월까지 하얗게 잔치를 연다. 시선이 머물 수밖에 없는 풍요로움이다. 나무가 층을 만들며 가지와 잎을 옆으로 계속 자라게 한다.

층층나무꽃01-crop.jpg 층층나무는 매우 작은 흰 꽃이 모여 큰 꽃을 만든다. 뭉게구름 피듯 이 꽃은 꿀 많은 좋은 밀원식물로 알려졌다.

숲 가장자리는 다양한 생물종이 서로 경쟁하며 뽐내는 곳


숲 가장자리에 층층나무가 있으면 다른 나무는 맥을 못쓴다. 햇빛을 혼자 다 차지하고 다른 나무에게 갈 햇볕을 방해한다. 그래서 종종 층층나무를 폭목暴木이라고 부른다. 사나울 정도로 기세등등하다는 뜻일 게다. 반면에 서로 층을 이루며 독특하고 단정하게 자라는 모습을 가지고 단목端木이라고도 한다. 바르고 단정한 나무라는 것이다. 이렇게 같은 층층나무를 가지고도 층이 다르게 바라보는 것을 보면 세상은 층이 지게 살 수밖에 없음을 나무에게서 또 배운다.

층층나무-모음0ㅎ.jpg 숲 가장자리의 층층나무는 우세목으로 성장한다.

층층나무의 잎은 다소 주름이 지는 모양이고 열매는 벽흑색이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가지 끝에서는 촘촘하게 달린다. 타원형 또는 넓은 계란 모양이다. 잎 끝이 점점 길게 뾰족해지는 점첨두이며 밑부분은 넓은 쐐기 모양이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잎 표면은 녹색이며 어린 잎에는 겹친 털인 복모가 약간 있고, 잎 뒷면은 분백색이 돌고 누운 털이 있으며 맥 주변에 많다. 측맥은 6~9쌍이며 잎자루는 붉은 빛이 돌고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진다.

층층나무02.jpg 층층나무의 잎은 다소 주름이 진다. 잎맥은 선명하게 잘 보이며 말채나무는 잎이 마주나기이나, 층층나무는 잎이 어긋나기이다.

새에게 안성맞춤이 층층나무의 열매


꽃이 달리는 화서를 살펴보면 햇가지 끝에 꽃이 달리며 백색으로 핀다. 꽃잎은 넓은 피침형이며 꽃받침통과 더불어 겉에는 털이 밀생하고 꽃잎과 수술이 각각 4개씩이다. 수술이 꽃잎보다 길게 나온다. 열매는 씨가 단단한 핵과로 둥글며, 9-10월에 곱고 짙푸른 검정색인 벽흑색碧黑色으로 익는다. 새들이 즐겨 먹는다. 새가 찾아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안정된 수형을 가진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꽃은 새 가지 끝에 자잘한 흰색 꽃으로 모여 피고 은은한 꿀 향기가 난다.

층층나무는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고 생장속도가 빠르며 병충해, 공해,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조경용으로 매우 많이 사용한다. 정희석의 『목재용어사전』에는 목재의 색을 담홍황백색, 담황백색 또는 백색으로 심재와 변재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고 하였다. 강도는 보통이며 내후성은 약하다. 조각재나 기구재와 합판에 쓰인다. 나무인형이나 젓가락을 만들고, 가구재로 쓰인다는 말이다. 나무를 덮고 있는 층층나무의 꽃은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도 유용하다. 번식도 잘 된다. 가을에 익은 열매를 채취하여 겨울동안 노천매장했다가 봄에 파종하면 발아가 잘 된다.


층층나무와 비슷한 나무들과 만나본다


층층나무와 비슷한 잎을 가진 나무에 산딸나무가 있다. 이 두 나무는 서로 비슷한 시기에 꽃이 핀다. 그러나 꽃의 모양은 참으로 다르다. 산딸나무는 큰 꽃이 낱개로 피고 층층나무는 작은꽃이 여러개가 다발로 모여 핀다. 그러나 사실 산딸나무는 꽃잎이 없다. 4개의 흰색 꽃잎으로 보이는 게 꽃받침이기 때문이다. 또한 층층나무와 말채나무를 비교할 수 있다. 둘 다 잎 모양이 비슷하지만 층층나무는 잎이 어긋나고, 말채나무는 마주난다. 그리고 층층나무의 작은 가지는 겨울에 붉어지고, 말채나무는 붉어지지 않는다.

산딸나무는 꽃잎이 없다. 4개의 흰색 꽃잎으로 보이는 게 꽃받침이기 때문이다.
층층나무08.jpg 말채나무는 층층나무와 달리 잎이 마주난다. 층층나무의 작은 가지는 겨울에 붉어지고, 말채나무는 붉어지지 않는다.

위만 쳐다보지 않는 수평적 사고방식은 수용의 미학이다


층층나무는 숲의 계곡에서 잘 자란다. 보통의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가지를 벌리지만 층층나무는 수평으로 층지게 퍼진다. 얼핏 모든 것을 수용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마음으로만 세상을 수용하겠다는 게 아니라 모양으로도 이미 수용의 미학을 완성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렵다. 그가 마음을 드러내고 보여준다고 해서 그게 그 사람의 마음이라고 덜컹 규정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그게 그 사람의 마음일까? 하며 의아해하는 것도 마음이기 때문이다. 층층나무는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인정하고 수용하는 마음, 그래서 더욱 지금의 인연들을 받아들이는 하심의 세계, 그런 인문학적 상상력을 층층나무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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