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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Aug 09. 2023

블라인드 설치

방향을 지정하는 일

2020.06.24.

#茶緣茶事

비오는 수요일, 블라인드 설치로 공간 정리는 일단락 짓는다. 큰 애 결혼식 앞두고 시간이 더디 가기 시작한다. 지난주까지는 아무렇지 않더니 다음 주가 되니 달라진다. 내 날짜 기억의 한계가 다음 주까지였기에 그럴 것이다. 다다음 주는 까맣게 먹먹하다가 다음 주에 이르면 선명해지니, 딱 2주 동안의 생애를 살고 있었던 게다. 더 멀리에 있는 날들은 대체적으로 흐릿하다. 그런데도 차를 마시면서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지는 살피고 있다. 방향을 지정하는 일과 달리, 날짜나 숫자를 헤아리는 일은 영 젬병이다. 차 한 잔 뜨겁게 우린다.


 -이천이십년 유월스무사흗날, 月白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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