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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Aug 09. 2023

보름 지나다.

고봉의 방점을 찍는다

2020.06.26.

#茶緣茶事

발효차 우려 헌다한 이후 잠시 의자를 바싹 당겨 숨 고르듯 덕분에 차 한 잔 얻어 마신다. 규암에서 돌아온지 보름째 되는 날이다. 겨우 여행 후 여독을 푸는 정도의 기간 동안인데, 많은 것이 바뀌었다. 돌아앉은 자리를 되돌리는 일보다 지금부터 맞이하는 장면에 고봉의 방점을 찍는다. 넘칠 듯 하면 뚜껑을 열어 환기하고 온도를 낮추려 함이다. 주전자를 비우고 부시어 새로운 찻물로 새집증후군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 어제 늦게 도착한 쿠키와 보낸이의 생각에 이르자, 젊은 날 그와 내가 활력 넘치게 농치듯 정서를 공유했던 때가 떠오른다. 세상 무서운 게 하나도 없었던 방오한 시절이었다. 그도 나도 이제는 그것을 알게 된 것일까.


-이천이십년 유월스무엿샛날, 월백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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