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하게 함박 웃는 모습을 닮아 있는 나무
나무에서 피는 난, 목란木蘭 그리고 함박꽃나무
무궁화가 한창인 계절은 학교 방학과 겹친다. 아쉽게도 학교 무궁화 동산에 활짝 핀 꽃을 학생들은 제대로 못 본다. 참 좋은 꽃이다. 우리나라의 국화는 무궁화다. 북한의 국화는 목란이다. 북한에서 만든『한국약용식물사전』에는 "목란은 꽃이 아름답고 향기도 그윽하여 관상용 식물로 널리 재배할 뿐 아니라 꽃과 잎은 약재로 널리 쓰이는 우리 나라 국화이다."라고 했다. 나무 이름인 목란木蘭은 '나무에서 피는 난'이라는 뜻이다. 목란을 흔히 모란이라고 하는 식물의 한자명과 혼동하여 사용하면 안된다. 모란은 목단牧丹이다. 난은 동양의 내로라하는 시인 묵객, 선비, 관료, 명망이 높은 지위일수록 가타부타 평을 하고 글을 짓고 하였던 식물이다. 동경과 가치 규범으로 여길 정도다. 1991년 북한의 국화로 공식 지정하고 각종 훈장과 천장과 벽, 탑신 받침대 등에 목란꽃 무늬를 새겨서 사용한다고 한다.
환상세계인 곤륜에 서식하는 목란
사실 중국에서도 이 나무는 목란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백의 시에, "목란木蘭의 돛대에 사당沙棠의 배[木蘭之枻沙棠舟]"라고 하였다. 예枻는 배 옆의 판으로 노를 말한다. 이수광의『지봉유설』에는, "춘추시대 노나라의 뛰어난 기술자였던 반(노반魯班)이 목란으로 배를 만들었다"고 한 것이 이것이다. 사당은 《술이기述異記》에, "한나라 성제成帝와 조비연趙飛燕이 장안의 태액지에서 놀 때, 사당나무로 된 배를 띄웠다. 그 나무는 곤륜산에서 나오며, 열매를 먹으면 물에 들어가도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고 했다. 곤륜은 중국 상상세계의 중심 공간이다. 사당은 곤륜의 동쪽에 서식하는 나무이다. 나무의 생김은 아가위나무 같은데 꽃은 노랗고 붉은 열매가 맺혔다. 열매는 오얏과 같이 달콤새콤한 맛이 났고 씨가 없었다. 이 나무는 물을 막을 수 있는 신기한 재질로 알려져 있다. 목란은 오늘날 함박꽃나무이나 사당은 다의적으로 적용되어 꼭 집어서 나무를 제시할 수 없다.
『중국 환상 세계』에서는 곤륜의 공간구조를 『회남자』의 서술에 입각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서쪽에 주수, 옥수, 선수, 불사수가 서식하고 있고, 동쪽에 사당, 낭간이 있다. 남쪽으로 강수, 북쪽으로 벽수, 요수가 서식하고 있다고 했다. 9종류의 나무가 상상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대개 '옥' 구슬과 관련되어 지어진 이름이다. 구슬같은 열매가 열린다는 것이고 귀한 옥처럼 보통 이상의 대우를 이름에 부여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곤륜 안에는 구중九重의 성이 우뚝 솟아 있다. 높이는 1만1천 리 114보 2척 6자(4,455,154,485미터)나 된다. 그 위 서쪽으로는 주수珠樹, 옥수玉樹, 선수琁樹, 불사수不死樹, 동으로는 사당沙棠, 낭간琅玕, 남으로 강수絳樹, 북으로 벽수碧樹, 요수瑤樹가 서식하고 있다. 성벽 주위에는 1,620미터마다 폭이 3미터나 되는 문이 440개나 있다. 이 문 옆에는 아홉 개의 샘이 있으며 죽지 않는 약을 만들기 위한 옥그릇이 놓여져 있다.
곤륜 안에는 현포縣圃, 양풍諒風, 번동樊桐 등 세 개의 산이 있으며 이 산에는 황수黃水라는 강이 흐르고 있다. 황수는 산을 세 번 돌아 원래의 곳으로 돌아온다. 이것을 단수丹水라고 하며, 이 물을 마시면 죽지 않는다.
곤륜의 언덕을 오르는 것만으로 선인이 될 수 있다. 곤륜의 언덕보다 배나 높은 곳에 양풍지산諒風之山이 있고 이 산을 올라가면 죽지 않는다. 그 위로 배나 더 높은 곳에 현포가 있으며, 이곳을 올라가면 바람과 비를 자유로이 다룰 수 있는 신통력을 지니게 된다. 그 위로 또 배나 높은 곳에 천제가 사는 상천上天이 있는데, 이곳까지 올라오면 신이 된다. 위에 나열한 위치의 높이를 하나에 1만 리(4,050킬로미터)라고 한다면 천계까지의 높이는 4만 리(16,200킬로미터)가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곤륜 [崑崙] (중국환상세계, 초판 1쇄 2000., 7쇄 2007., 도서출판 들녘)
목련 중 가장 늦게 꽃이 피고 지는 함박꽃나무
꽃이 핀 모양이 함박 웃는 모습이어 함박꽃나무로 이름 부르는 이 나무는 목련과의 가족이다. 목련의 꽃은 4월부터 보게 되는 데, 백목련, 목련, 자목련, 일본목련, 함박꽃나무의 순서로 꽃이 핀다. 구분하면 잎이 나기 전 꽃 피는 것으로 백목련, 목련, 자목련 등이 있고, 잎이 난 다음 꽃 피는 것은 일본목련과 함박꽃나무가 있다. 일본목련은 꽃이 크고 하늘 방향으로 꽃을 펼친다. 함박꽃나무는 주먹만한 크기의 꽃이 수줍은 듯 대지를 향하여 꽃이 펼쳐진다. 함박꽃나무의 향기는 아래를 향하여 은은하게 펴지기 때문에 사람들과 손쉽게 친해진다. 꽃과 향기가 관상수로서의 가치를 높인다. 함박꽃나무는 함백이꽃, 힌뛰함박꽃, 얼룩함박꽃나무, 산목련, 목란, 천녀화, 천녀목란天女木蘭이라고도 한다. 꽃이 함박 핀다고 함박꽃나무이며 지방에 따라 천녀화라고도 한다. 『중국 본초 도감』에서는 천녀목란이라는 생약명으로 소개하고 있다. 꽃, 뿌리, 나무껍질 등을 건위제나 구충제로 다양하게 이용하는데, 꽃봉오리는 통풍이 잘되는 그늘지는 장소에 말려서 잘 선별하여 사용한다.
볼 때마다 외면하는 듯 무심한 자태
함박꽃나무는 높은 곳의 산에서 횡재처럼 마주친다. "아, 이게 뭐지" 하면서 향기에 취하고 꽃에 아뜩하며 맞이한다. 주로 골짜기 근처에서 눈 씻고 만날 수 있다. 골짜기 근처는 배수가 잘되고 비옥도가 좋다. 산 정상 근처까지 힘들게 올라가 맑고 청량한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꽤 괜찮은 구도 아니겠는가. 그 정도는 예정되어 있어야 살만한 세상이라 할 수 있다. 거기다가 함박꽃나무는 순결하다. 청초함이 너무 좋아 내가 사는 근처에 심고 싶어도 순결무구함이 도시에 적응하지 못해 번잡한 도시의 조경수로 맞지 않는다. 함박꽃나무는 깊은 산 중턱 골짜기에서 그 숨겨진 미모를 살짝 드러낸다. 볼테면 보라는 듯 먼 곳을 응시한다. 그래서 함박꽃나무에서는 세상의 한가닥 한다는 미인들의 전유물인 백치미가 내장되어 있다. 볼 때마다 외면하는 듯 무심한 자태다. 함박꽃나무가 모여 사는 곳에 가본 적이 있는가. 복 받는거다. 그곳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것은. 지구에 환상세계가 수없이 많겠지만, 함박꽃나무 군락지는 현실세계다. 신선이 있다면 이런 곳에서 머물 것이다. 그래서 목련 가족 나무이면서도 목련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는 것이다. 함박 웃어 주면 막혔던 일조차 풀려나가니 나무에서 피는 연꽃으로 행세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검지 손가락 하나에서 둘 길이의 잎
잎은 길이가 검지 손가락 하나에서 둘 길이이고 너비는 검지 손가락 하나 정도이며 가지에 어긋나게 달리는 호생이다. 잎의 윗부분은 둔하자면 끝은 뾰족하다. 잎의 아랫부분은 둥근 밑바닥을 이룬다. 잎 모양은 넓은 타원형, 뒤집힌 계란 모양인 도란형 또는 도란상 긴 타원형이며 잎 가장자리는 매끈하다. 잎을 만져보면 가죽처럼 질긴 혁질이다. 잎의 앞면에는 털이 없고 뒷면은 잿빛 도는 녹색으로 회녹색이라 부를 수 있으며 잎맥 주변으로 자잘한 털이 있다. 잎자루는 손가락 한 마디 길이로 어릴 때 털이 있다가 점차 사라진다. 가을에 노랗게 물든다.
묵을수록 밝은 회색이 되며 청회색 얼룩이 생긴다
햇가지는 푸르다가 점차 노란 갈색이 되며 누운 잔털이 있다가 없어진다. 묵으면 짙은 갈색이 된다. 가지의 단면을 잘라보면 골속은 백색이다. 줄기의 속을 보면, 가장자리는 밝은 노란 갈색을 띠고 안쪽에는 흰 갈색의 넓은 심이 있다. 한가운데에는 검은색의 작고 무른 속심이 있으며 썩으면서 검은 물이 나와 번진다. 줄기는 묵을수록 밝은 회색이 되고 청회색 얼룩이 생긴다. 줄기가 밋밋한 편이며 껍질눈이라 부르는 피목이 있다. 원줄기와 함께 옆에서 많은 줄기가 올라와 자연스럽게 우산 모양으로 무리지어 수형을 만든다. 겨울눈은 끝이 길게 뾰족하거나 조금 뭉툭한 긴 원뿔 모양이며 검은 갈색을 띤다.
목련 꽃차의 향과 차맛을 즐기는 한 계절의 풍미
함박꽃나무의 꽃은 줄기와 잎이 나온 후에, 잎 달린 자리에 순백으로 하얗게 이슬머금은 듯 살포시 피어난다. 주먹만한 꽃이 아래를 향해 피어난다.아름답고 향기가 좋다. 꽃에 연한 노란색 암술과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 수술이 함께 한다. 꽃잎은 6~9장이다. 꽃받침잎은 5갈래이며 녹색을 띤다. 보통 목련류의 꽃에는 시트랄과 시네올 등의 많은 방향성 정유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건위작용을 비롯하여 두통과 비염을 다스리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목련 꽃차 역시 완전히 피었을 때보다 반 정도 벌어진 꽃봉오리를 전기 패널이나 온돌 등에 건조하였다가 우리면 그 향과 차맛으로 한 계절의 풍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기쁜 일은 원치 않는데에서 찾아올 수 있다
열매는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울룩불룩한 타원형으로 검붉은색으로 여문다. 익으면 열매껍질이 벌어져 주황색 씨앗들이 흰 줄에 매달려 나온다. 씨앗은 타원형이다. 금년 8월에는 뜨겁고 비가 자주 왔다. 그랬더니 함박꽃나무의 꽃이 지면서 열매가 맺혀가는데, 다시 한쪽 가지에서 꽃망울이 잡히더니 꽃이 핀다. 자목련도 그렇다. 한쪽은 열매가 익어가는데, 다시 한쪽 가지에서는 꽃망울이 잡히고 꽃을 기어코 피우고 만다. 나무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몇 배의 공력이 꽃을 피우는 데 동원되는데, 이상 기후로 인하여 자기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는 꽃 피우기는 분명 기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기쁜 일은 내가 만들어 오기도 하지만, 원치 않는데 찾아올 수도 있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적당히 균형 잡혀야 한다. 세상을 둘러보면 참으로 고마운 것 투성이다. 우주에 잠시 몸을 빌려 빚만 지고 있다. 해마다 꽃을 피우는 함박꽃나무에게도 큰 빚을 지고 있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