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대는 바람에도 몸 전체로 반응하는 나무
미루나무와 미류나무, 델토이데스와 모닐리훼라 그리고 뽀뿌라
미루나무는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이다. 포플러나무라고도 부른다. 미국 원산이며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라는 뜻으로 미류美柳나무라고 불렀다. 지금은 새국어법에 따라 미루나무가 표준어로 사용된다. '미류'라고 하면 보다 정확하게 상상이 되는데, '미루'라고 하면 생경하기도 하다. 그러나 부르기에는 정답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 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살짝 걸쳐 놓고 갔어요"라는 어릴 적 기억이 생생하다. 노래의 제목은 '미루나무'가 아니라 '흰구름'이다.
미루나무의 정확한 학명은 Populus deltoides이다. 이명으로는 Populus monilifera 로도 불린다. 이름의 변천사를 보면, '미류나무'는 조선삼림식물도설(정태현, 1942)과 대한식물도감(이창복, 1980)에 식물명으로 나오고, '미류'는 한국식물명고(이우철, 1996)에 나온다. '모나리백양'은 우리나라식물명감(박만규, 1949)에 기재되었고, '모나리페라포플라'는 조선식물향명집(정태현, 도봉섭, 이덕봉, 이휘재, 1937)에서 불렸다. 이런 이름의 변천사를 통해 2002년에 국가표준식물목록으로 '미루나무' 라 확정한 것이다. 북한은 '강선뽀뿌라'라고 부르고, 중국은 '텔토이데스포플라나무'라고 한다.
속성수이며 뽀뿌라나무류 가운데 첫 자리를 차지하는 '강선뽀뿌라'
여강출판사에서 찍은 북한농업과학원의『한국식물대사전』에는 '강선뽀뿌라(모닐리훼라양버들, 모닐리훼라포플라나무, 미루나무)'라고 식물명을 표시하였다. 그리고 학명으로는 Populus monilifera 라 했다.
(......) 나무가 빨리 자라고 깨끗하므로 가로수, 정원수로도 널리 심는다. 이 나무는 16년생에서 높이 18.7m, 직경 26.3㎝ 정도 자라는데(......) 대동강뽀뿌라나무, 검은뽀뿌라나무보다도 더 빨리 자라므로 목재축적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 더 크므로 뽀뿌라나무류 가운데서 첫 자리를 차지한다.
속성수라는 말이다. 목재로 이용할 수 있는 회수 기간이 짧다. 15년 정도만 기다리면 목재로 사용할 수 있다. 북한의 책에서는 삽목을 '늦가을∼겨울에 가지를 잘라서 마르지 않게 움 속에 두었다가 13∼20㎝의 길이로 잘라 새 묘포(苗圃)에 심는다.'고 되어 있으나, 2월 하순에서 3월 상순에 전년지를 20센티미터로 잘라 냉암소에 보관했다가 4월경에 삽목하면 된다. 종자 번식은 성숙 후 10일이면 발아력을 상실하므로 종자 보관에 특히 세심한 주의를 가져야 한다.
나무는 뿌리를 숨겨 둔다
변함없는 듯 우뚝 그 자리에 있다
새로운 잎이 나서 자라고 털어내며
시들어갈 때까지 아무 말없이 의연하기만 하다
청둥오리의 물밑 유영처럼 뿌리 또한 그렇게
땅속에서 뿌리털을 곤두세워 흔들리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흔들려야 되는 것처럼
흙냄새를 따라 끊임없이 춤을 춘다
미루나무면 되었지, 뭐가 그리 복잡하나요
포플러 종류에 속하는 것들이다. 미루나무, 양버들, 이태리포플러가 그렇다. 미루나무는 수형이 다소 넓게 퍼진다. 양버들은 수형이 잘 묶어진 빗자루처럼 뻗어 올라간다. 이태리포플러는 미루나무와 양버들의 중간 성질로 가지가 뻗어 나간다.
우리가 논밭 주변이나 하천 주변에서 만났던 나무는 사실 양버들이지만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미루나무라고 불렀다. 그만큼 친숙해진 이름이다. 예전 시골의 들판 곳곳에 늘씬한 키로 풍경을 사로잡는 매력으로 서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양버들인 이 나무를 그냥 미루나무라고 불렀다. 지금은 이 풍경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잎이 계란 모양의 삼각형으로 양버들나무가 잎의 폭이 더 크다면 미루나무는 잎의 길이가 약간 더 길다. 그래서인지 바람에 흔들릴 때 내는 소리는 나무를 다시 쳐다보게 할 지경이다. 아주 미세한 바람에도 소리를 낸다. 잎을 흔들고 춤을 추면서 바람의 몸을 빌려 노래한다. 바람이야말로 나뭇잎을 통하여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기청산식물원 답사 때 보았던 미루나무
경북 포항시 청하면에는 기청산 식물원이 있다. 꽤 오래전에 답사한 곳이다. 한 여름으로 기억된다. 식물원은 아촌 이삼우 원장님이 오랜 세월 선친의 과수원을 인수하여 한국 향토 고유수종 연구개발 농원으로 시작된 사설 식물원이다. 그곳에서 자생 수목의 중요성에 대한 슬라이드 강의를 직접 듣고 식물원을 둘러 볼 때, 쏟아지듯 환한 빛과 함께 노래를 불러대는 미루나무 가로수를 만났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고향의 들길을 만난 듯 한참을 서서 말을 잇지 못하였다.
학교마다 미루나무를 심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면
학교에 미루나무를 심는 것을 생각했다. 요즘 산에 가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다. 대체 자연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 자연에서는 음악 시디를 듣고 집에서는 자연의 소리를 또 다른 시디로 듣는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입시 도구 교과가 아닌 시간에는 그 교과목을 접고 오로지 입시 도구 교과 학습에만 매달려 온 습관이 이렇게 만든 것일까. 한참을 그런 저런 생각으로 기청산 식물원 답사를 마쳤다. 최근에는 한강의 선유도 공원에 미루나무 가로수 길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나뭇잎이 바람과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지금이라도 미루나무 번식을 서둘러 도시 학교에서 나뭇잎이 바람과 함께 어울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자연
의 아름다움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긴 적이 있다. 농업과학연구회 활동을 함께 하던 강릉 친구가 삽수를 보내주어,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근무할 때 삽목을 하였다. 때마침 다른 사람이 삽목한 곳의 사정을 알지 못한 채 풀을 깎으면서 나무 또한 없어지고 말았다. 자꾸 삽목 해야지 하면서 마음은 서두르는데, 누울 곳을 찾지 못하여 머뭇대고 있다. 특히 폭발적인 감수성의 초등학교에 미루나무를 심고 싶다. 학생의 가슴에 풍요로운 감성과 상상이 넘나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키 큰 미루나무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운 영혼을 꿈결같이 이끌 것이다.
세월 지난 그리움 모두 구름 걸린 언덕의 미루나무
아름다운 옛 미루나무 풍경을 본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마음속에 오래도록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는 풍경,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 마음의 풍경을 끄집어 내고 싶다. 과거와 현재를 서로 이을 수 있는 풍경이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외수는 세월 지난 그리운 이름들 모두 구름 걸린 언덕에 미루나무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것도 아주 키가 큰 미루나무로 살아간다고. "온 세상 푸르던 젊은 날에는/(......) 하늘을 쳐다보면 눈시울이 젖었지요/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었습니다//그래도 이제는 알 수 있지요/ 그리운 이름들은 모두/ 구름 걸린 언덕에서/ 키 큰 미루나무로 살아갑니다/ 바람이 불면 들리시나요/ 그대 이름 나지막이 부르는 소리"(이외수, 구름 걸린 미루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