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림(園林)의 해돋이

형근 씨의 협착소설.0011

by 온형근

2026년 1월 1일, 오전 7시가 갓 넘은 시각. 형근 씨는 현관문을 열고 서늘한 새벽 공기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거창한 동해바다의 일출은 아니더라도, 집 근처 언덕에서 새해의 첫 빛을 마주하겠다는 일념이 밤새 눅눅하게 가라앉아 있던 무거운 척추를 기어이 일으켜 세운 아침이었다. 중력은 육신의 죄를 묻듯 끊임없이 아래로 잡아당겼으나, 형근 씨는 그 하중을 견디며 수직의 의지를 세웠다.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짓누르는 고통을 밀어 올리며 다시 시작하는 행위였다.


시간은 쉼 없이 흘러 어느덧 7시 18분을 지나 3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예정된 일출 포인트까지는 앞으로 약 10분 남짓. 마음은 이미 저 멀리 능선 위에 가 닿아 조급하게 손짓했지만, 육신은 협착의 통증을 달래가며 현실의 속도에 발을 맞춰야 했다. 삶이란 결국 이상과 현실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이며, 그 느린 보폭 속에서 비로소 보이지 않던 길가의 이끼와 작년의 낙엽이 섞이는 소리가 들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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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근 씨가 향하는 곳은 ‘조원동 원림(園林)’이었다. 남들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동네 산책로에 불과할지 모르나, 그에게 그곳은 자연과 인공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세상으로부터 허락받은 자신만의 비밀 정원이었다.


"분명 이 근처였는데……."


그는 기억의 지도를 찬찬히 더듬었다. 언젠가 우연히 마주했던 그 찰나의 절경, 해가 솟구치던 그 정확한 좌표를 향해 신중히 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목적지에 당도했으나 형근 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가 아니었다. 기억 속의 그 각도와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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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경가 ■시집 : 천년의 숲에 서 있었네 외 5권 ■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 ■월간 조경헤리티지 ■조경수목 문화콘텐츠(2019) ■시경으로 본 한국정원문화(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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