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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Jun 08. 2017

삽목 관리

준비 없이 시작했으나 점차 깊어지는 시름

준비없이...
여기저기 깨져가는 장방형 화분..트럭 한 차 부어놓은 마사질 흙..오래된 펄라이트와 버미큘라이트를 적당히 버무려 나무수국을 약간 늦게 삽목했다. 화분이 깊어 처음에는 과습이더니 이제 어느정도 뿌리가 생겼다. 어느 한 날 바짝 말라 고비를 넘긴 후부터는 출근하자마자 직접 관수한다. 대략 40여분 소요된다. 아이들 기능사 마치면 파종상자와 굵은 버미큘라이트로 새로운 삽목을 전담할 베드를 구축해야겠다. 녹지삽으로 채우고 궁극적으로는 번식을 전담으로 할 미스트하우스를 만들어 유지하도록 하는 게 바르다. 수목의 번식을 규모있게 해보지 않고, 어린 나무를 키워서 옮기며 목적하는 공간에 어울리도록 배식해보지 않고, 현장 설계가 뭔지를 모른다면, 내가 늘 강조하는 '지속 가능한 자가 발전 조경'의 의미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삽과 레이크가 지구를 디자인하는 예술인 '토지 예술'이라는 깨달음도 물론 생겨나지 않을테다. 다만 '심정적'으로 '프로세스'로 인지하는 지식에 불과하다. 머언 왕조 시대의 '마님과 머슴'의 공조가 현대 사회에서 산업이라는 미명으로 획책되고 있듯이 그저 서로 딴나라 세계로 바라본다. 생산하지 않는 소비가 미덕인 나라와 사회와 개인은 미래가 어둡다. 전부가 아닌 일부라도 생산의 연결 고리에 걸려 있어야 '살아 있음'의 존재가 된다. 사람이어서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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