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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Jun 08. 2017

낙도망빈으로 새겨지다

찻잔에 날아와 매달린 족자의 글씨는 의도였을까.

찻잔을 바꾸고 황차를 우렸다.
이른 시간 혼자 마주하는 차는 어제를 고친다.
주전자에 물을 갈고 흐트러진 차도구를 손 가깝게 
다시 정돈한다.
뭐가 바빴는지도 모르게 후딱 유월을 코앞에 둔다.
진천의 일거리를 잔뜩 짐처럼 매고 다니면서.
주옥같은 일상을 어그러짐 없이 매긴다.
내일 설치하는 도시농업박람회 건강한 텃밭정원은 
준비를 마쳤다.
우여곡절은 모두 생략한다.
기어코 어제 저녁 가든프로젝트 시공을 벽돌 포장을 
마지막으로 종료했다. 
내 시간은 이렇듯 잘게 쪼개어 있다.
천목 찻잔 비취색이라 여름잔으로 좋다.
저 찻잔에 담긴 진한 차 속에 뭔 허연게 어른댄다.
자세히 확대하니 아뿔싸...벽에 걸린 족자가 빠졌다.
그것도 거꾸로.
낙도망빈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樂道忘貧이 가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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