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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Aug 16. 2017

다즐링으로 여는 오후

눈높이 맞추는 어려움

홍차 마셔야지 하면서 엊그제 들어온 다즐링을 풀었다. 어떠할지 알기 전에 서로를 눈높이에 맞춘다는 일은 거의 강요에 가찹다. 눈높이는 저절로 만나야 한다. 억지로 낮추거나 높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게으른 이에게는 나도 게으른 마음을 일으켜야 하고 싫증에 사로잡혔으면 나도 싫증에 시달리는 사람으로 치환할 줄도 알아야 한다. 친구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고 했던가. 눈높이를 저절로 익숙하게 맞춰 지내는 관계가 친구 아니던가. 우월 또는 우위에 선 지위나 지식이나 자격으로 눈높이 운운하면 허위일 수 있다. 같아져야지. 같이 아프고 게을러야지. 그 속에서 뭐가 보일지도 모르잖아. 저 엄청난 늘어짐도 에너지일텐데. 햇살 선선함과 일기 불순한 습의 세계를 구분함일진대. 함부로 속단한 날들이 망동이었겠다. 속에 화가 치솟는 것을 동의보감에서 ^궐양지화^라 했다. 그래서 화나는 게 불가능한 인간이 되라고들 말한다.  아니다. 화 내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니라, 화나는 게 불구여야 한다. 그래야 눈높이가 어께동무한다. 뒷걸음도 나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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