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운 듯 계절로 떠밀리며
저수지는 밤새운 이야기로
입김 바람결에 흔들흔들 실어 낸다.
서리 내린 데크길 삐걱대며 앓는 소리에
에린 얼음 바닥으로 미끄럽다.
저 깊었던 미명 속살에서 하얗게
시린 손 호호 불 듯 두 손 모아
새끼손가락 번갈아 비벼 준다.
억새를 전경으로 물결은 하얀 숨결
얕은 수면으로 들러붙어 구름띠로 드잡는다.
왕벚나무 붉고 노란 낙엽에도 희끗희끗
세월의 흔적 흰 장삼을 걸친 채 떨 듯 추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