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오스트리아 여행
회사에서 리프레쉬 휴가 2주를 받아 큰맘 먹고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왔다. 18시간 인내의 비행 끝에 드디어 이곳에 도착했다. 일단 숙소를 찾아가 본다. 내 하반신만 한 큰 캐리어를 들고 좁은 기차 문을 오르려니 앞서 올라간 현지인이 독일어로 뭐라 하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시크하게 가방을 턱 하니 올려주고 갈 길을 간다. 그의 쿨한 친절함에 확실하게 나는 이방인이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십분.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링 거리를 걸어보려 출발했다. 이번 여행은 계획형 J인 나를 좀 내려두고 띄엄띄엄 일정을 짰는데, 보통 이런 식이다.
- 벨베데레 조깅
- 벨베데레 미술관 구경
- 대충 점심
- 숙소에서 씻기
- 알베르티나 미술관 구경
- 뭐하지? 모르겠다..?
이것도 계획 아니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맛집까지 다 찾아봤던 예전의 내가 이걸 보면 기겁을 했을 테니.. 나름 무계획 여행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도착하니 날씨가 꽤 쌀쌀하고 길을 걸어 배가 고파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 근처 굴라쉬 맛집을 검색했다. 들어가 보니 할머니와 할아버지만 있는 지역 로컬 맛집 느낌..! 내 느낌은 적중했다. 굴라쉬가 정말 맛있었고 탭 맥주도 청량하게 목구멍을 넘어가니 아, 내가 진짜 다른 나라에 있구나 실감했다.
알딸딸하게 있는데 카톡이 왔다. 어디세요?
출국 전 유랑 카페에서 동행을 구했다. 이 분은 엄마 나이대의 여성분이신데 얘기를 나눠보니 음악이며 미술이며 나와 맞는 취향이 꽤나 많았다. 심지어 오스트리아 여행 에세이 책도 똑같은 책을 읽었더랬다. 그렇게 굴라쉬를 다 먹으며 정리를 하던 차에 그녀가 오길 기다리는데 누군가 당차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