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오스트리아 여행
첼암제에서는 총 2박 3일을 머물기로 계획했다. 둘째 날 아침엔 흐리지만 비가 그칠 것 같아 일어나자마자 아침은 거르고 호수 조깅을 하러 밖을 나섰다. 비엔나의 아침보단 덜 추워 바람막이를 걸치고 스트레칭을 하며 호숫가로 걸어갔다.
오전 7시 30분쯤. 호수를 사이에 끼고 건너편 산맥과 마을의 구름 낀 풍경이 장관이었다. 호수는 잔잔하고 마을은 고요했다. 무릎이 아팠을 적엔 이젠 해외여행도 못 가나 싶었는데 이런 곳을 내가 뛸 수 있다니..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발이 내 몸을 움직였다.
공기는 또 얼마나 좋은지 호흡도 잘 되고 신체가 알아서 순조롭게 폐를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가다가 풍경이 너무 좋아 멈춰 서서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호수의 1/4을 뛰었다. 중간중간 현지인으로 보이는 러너들을 3명 정도 만났는데 이 넓은 호수를 누리는 그들이 부러워졌다. 호수의 어디를 가도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고 첼암제만의 고요한 분위기는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다 뛰고 나니 아직 아침 공기가 차다는 게 느껴졌다. 이 작은 동네에 유일하게 평점이 4.8인 카페에 가서 카푸치노를 한 잔 마셨다. 커피를 마시면서 여행 중에 러닝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전혀 모르는 도시를 뛰다 보면 현지 러너들을 마주칠 수 있는데, 나도 모르게 반가워 웃게 된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나에게 똑같이 웃어준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낯선 여행자에게 으레 건네는 “헬로”가 아니라 같은 러너라는 동질감이 있어서 그 미소는 더 가슴에 와닿는 인사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혼자 웃고 있는데 커피는 또 왜 이렇게 맛있는 건지. 기가 막히다. 얼른 씻고 아침 겸 점심을 먹은 뒤 알프스 산맥을 볼 수 있는 키츠슈타인 호른에 올라갈 생각에 또 설레고 있었다.
Bella Bean Coffee Roas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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