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하고 싶지만, 일단 밥부터 할게요.

퇴근 후 완벽한 루틴을 꿈꾸며...

by 나무가치

오후 5시 땡! 회사에서 랩탑을 챙겨 퇴근을 하면 이제부터 또 다른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회사에서는 그래도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있지만, 집에 오면 정말 옷 갈아입을 새도 없이 밥을 차린다. 하원 후 집에 있는 둘째가 배고파하기 때문이다. 집에 오면 나는 숨 쉴 새도 없이 손발이 먼저 움직인다. 오늘 뭐 먹지? 대한민국 모든 주부들의 고민을 나도 한다. ‘오늘 너무 피곤한데 시킬까? 아니야 아니야 애들 그래도 좋은 거 먹여야지.’ 배달은 진짜 힘들 때만, 도저히 이 체력으로 집에서 밥 하는 게 무리라고 생각될 때만 시키는 것으로 나 혼자 합의를 봤다. ‘계란말이를 먹을까? 소시지를 구워볼까? 만만한 스팸을 구울까?’ 가공육은 좋지 않다고 하니 건너뛰고, 계란말이는 그제 먹었으니, 다른 메뉴를 궁리해 본다.


머릿속을 빠르게 굴리며, 옷도 갈아입지 못한 나는 후다닥 전기레인지에 만만한 참치 김치찌개나 된장국을 끓일 요량으로 물을 올린다. 그사이 아이들이 내팽개친 가방을 정리하고, 냉장고에서 저녁식사 재료가 될 채소나 고기들을 꺼내본다. 아이들이 아직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남편이 먹을 저녁 메뉴와 아이들이 먹을 저녁 메뉴를 각각 궁리하는 일도 쉽진 않다. 일도 잘하고 싶고, 아이도 잘 키우고 싶고, 내 몸도 잘 돌보고 싶고, 자기 계발에 운동도 하고 싶다. 욕심은 많은데 현실은 늘 집에 오면 다 필요 없고 "일단 밥부터 하자"가 된다. 밥을 하면서 동시에 아이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별일 없이 잘 지냈는지 물어보고 빨래도 돌리고 그 짬사이에 청소기도 돌려본다.


물론 내가 꿈꾸는 완벽한 퇴근 후 루틴도 있다. 일단 나는 퇴근 후, 간단하게 샐러드를 먹고, 4년째 하고 있는 필라테스 후에 러닝을 30분 정도 뛰고 집으로 돌아온다. 샤워를 마치고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일기를 쓴다. 그리고 무조건 10시 안에는 잠드는 완벽한(?) 퇴근 후 루틴을 꿈꿔 보기도 하지만, 현실은 늘 밥이다.


하지만 엄마가 하는 저녁밥이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그날 하루를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의식'이자 아이와 남편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날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마음을 저녁밥으로서 조금이나마 떨쳐 버리려고 한다. 물론 가끔은 "그냥 라면이나 끓일까?" 하는 유혹도 있지만, 그래도 결국 나는 부엌에 선다. 지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아이들과 남편들이 따뜻한 밥, 한 가지라도 갓한 반찬을 먹는 걸 보면,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래도 오늘 내 할 일을 조금은 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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